‘주택 가격 바닥 찍음. 주택 가격 전년 대비 6% 상승(코어로직). 주택 착공 4년래 최고치. 재판매 주택 거래 10% 상승. 신규 주택 판매 20% 상승.’ 한해 주택 시장이 거둔 실적들이다. 차압 매물 급증, 이에따른 주택 가격추가 폭락 등 지난해 제기됐던 각종 우려들을 보기좋게 날려버린 성적표다. 주택 시장 업계에서는 주택 시장이 회복세 접어든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적어도 더 이상의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회복의 강도를 예측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너무 장밋빛 전망에만 빠지기에는 이르다는 경고도 울린다. 그림자 재고 문제가 여전히 위협적이고 ‘재정 절벽’ 현실화라는 지뢰도 존재한다. 2013년 주택 시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슈들을 짚어본다.
2006년 이후 첫 집값 상승 전망 바이어들 움직임 빨라질듯
재고 계속 감소세…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증가세 전환 촉각
◇ 그림자 재고 큰 위협 아니다
수년째 그림자 재고 문제가 주택시장을 위협하는 이슈로 제기되어 왔다. 그림자 재고는 연체 상태인 모기지나 이미 압류 절차가 시작된 주택 재고로 미래 주택 가격 하락의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이 그림자 재고가 주택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오며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이끌 것으로 연초에 우려가 증폭됐으나 다행히 아직까지 현실화 되진 않고 있다.
반면 그림자 재고 물량은 우려와 달리 감소세로 돌아서며 시장의 안도감을 끌어냈다. 바클레이 캐피털사의 조사에 따르면 10월중 모기지가 90일 이상 연체거나 압류 절차가 진행중인 주택이 약 300만채로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연초부터 10월까지 약 43만채의 그림자 재고가 감소했으며 그림자 재고 물량이 가장 높았던 2010년 보다는 약 130만채가 감소한 수치로 시장의 우
려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그림자 재고가 감소한 주요 요인은 은행측의 차압 절차가 더뎌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측이 올해중 차압 물량을 대거 쏟아 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차압 물량은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년중에도 은행측의‘ 더딘 차압’은 지속될 전망이어서 차압 매물 급증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 수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주택 구입 수요는 꾸준히 늘어 차압 매물 공급을 소화해내고 있다.
대개 전국적으로 통계가 잡히는 그림자 재고 이슈를 주별로 살펴보면 일부주에서는 전혀 우려 수준이 아니다. 차압시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주의 경우 그림자 재고 비율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는 주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장조사기관 렌더프로세싱에 따르면 뉴욕, 일리노이 등 법원 승인 필요한 주의 경우 모기지 연체율이 약 6%에 달한 반면 법원 승인이 필요없는 주의 연체율은 평균 약 2%대에 머물렀다.
◇ 절박해지는 바이어
조만간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 이상 우물쭈물 할 시간이 없겠다. 주택 시장의 중심축이 셀러쪽으로 빠르게 이동중이고 올해 이동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가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해 여름철을 전후로 셀러스 마켓현상이 완연히 나타났다. 주택 구입이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첫주택 구입자와 실수요 주택구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주택 매물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쓸만한 집을 찾기 힘들어졌고 이와중에 주택 가격마저 반등해 주택 구입자들의 절박감이 더해졌다.
새해엔 주택 가격이 2006년 이후 최초로 전년대비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여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해를 거치며 주택 가격이 바닥을 거쳐 상승세로 접어든 것으로 인식하는 바이어들도 크게 늘어 올해 대기 구매자에서 실구매자로 전환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회복세가 최근 발표되는 여러 지표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예측중이다. 제임스 다이몬 JP모건체이스 대표는 지난해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택 시장은 온통 ‘녹색 신호’ 일색”이라며 “가구수 증가, 매물 감소, 구입 여건 개선 등 주택 시장 회복 전망이 밝다”고
했다.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이미 살아난 주택 수요 불씨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면 집을 다시 내놓는 셀러가 늘고 이에따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며 이에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심리가 자극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거래 활성화 기대에 부동산 중개 업체의 사업 확장 움직임도 예상된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의 경우 내년 1월말 이전 전국적으로 약 400여명의 신규 에이전트를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매물 공급 사정에 달린 회복
2012년초 주택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을 것인가 였다. 지난해를 거치며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 주택 가격 바닥에 대한 의문은 해소 됐다. 올해 주택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이제 주택 가격 바닥이 아닌 주택 매물 재고량 바닥 시기다. 이미 지난해 부터 줄기 시작한 주택 매물량이 연말까지도 계속적인 감소세로 주택 거래가 늘어나는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과연 증가세로 돌아설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갑작스런 매물 감소 현상으로 대부분 주택 시장이 셀러스 마켓으로 급변했다. 매물을 내놓기만 하면 여러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해 치열한 구입 경쟁을 펼치는 일이 이제 낯설지 않다. 자신감을 얻은 셀러들은 리스팅 가격을 서서히올리며 주택 가격 상승을 부채질중이다. 만약 매물 부족 현상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진다면 주택 시장 회복에는 오히려 독이다.
가까스로 살아난 주택 구입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고 주택 거래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때문이다. 제드 콜코 트룰리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감소 현상은 매물 공급 과잉 현상으로 인한 거품이 빠질 때 나타나는 필수 현상”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매물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주택 거래 활성화를 막고 있는데 가주 등 서부 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올해 다시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늘기 시작한 주택 착공 실적에 따라 신규 주택 공급도 다시 원활히 이뤄질 경우 매물 부족 현상이 어느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준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