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0~19일 한국에 있는 전국 대학교수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30%가 2013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뽑았다 한다.
‘제구포신’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변화 개혁 진보 다 좋은 말이지만 사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개혁이나 진보는 작은 파도나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날라가 버리는 모래성 같은 것이다.
2012년 미국, 한국 큰 선거를 치루며 한쪽은 기뻐 박수치고, 다른 한쪽은 맨붕에 빠져 아파했었다.
허나 다시 보면 그 둘이 틀린 둘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 안의 한 백성이다. 기뻐하거나 아파하는 그 둘이 사실은 하나라는 것이다. 2012년을 흔들어 놓았던 99%와 1%의 대립, 한국 대선기간 내내 보여진 세대 간 갈등, 지역 간 대립 등등 2012년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러한 것들이 버려야 할 낡은 것, 묵은 것들이다.
2013년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길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강팍해지면 사람들의 마음은 싸늘해지고, 내것네것을 차지하려는 고집과 독선과 분열의 모습이 더욱 나타난다.
이 또한 우리가 버려야 할 묵은 것 들이다. 몸과 마음이 움츠려 들수록 나눔과 베품의 정이 필요하다. 하나를 나누면 둘이 아니라 열이 되고 백이 된다. 기쁨을 나누면 그 기쁨이 더 풍성해지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 하였다. 새것은 나누며 감싸고, 이해하며 연합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념의 시대는 가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념은 낡은 것이고 실용이 새것이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이념은 우리를 갈라 세우는 도구이고 철지난 완고한 이데올로기라며, 이에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실용을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과연 국토의 절반을 파헤치며 자연을 파괴하는 경제적 실용 정책, 나라를 양분시키는 거친 이념의 대립, 부익부 빈익빈의 신자유주의의 횡포 등을 막을 준거와 틀은 어디에서 올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시대를 인식하고 새롭게 추동해 내는 의식, 가치, 이념은 분명히 필요하고 소중하다.
허나 묵은 것이라 해서 모두 없애야 하고 새것이라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이분법적 논리도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낡은 것과 새것은 서로의 장점이 교차하면서 변화해 가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요소로 결합 될 때 참 새로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념은 이치와 생각의 만남이다. 세상의 이치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이념이다. 좁게는 개인의 생활 속에서 넓게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사회관 인간관이 이념이다.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든 세상을 바라보는 나침반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프리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오류에 빠뜨리기도 한다.
생태계의 파괴, 환경오염, 자원고갈, 전쟁의 위험, 양극화, 민족분단 등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함께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를 늘 머리 위에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의 온전한 생존과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 현실속의 묵은 것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이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제구포신’의 세상은 우리들의 소망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의미한다.
2013년(癸巳年), 생활속의 변화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치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들의 마음을 넓혀 더 많은 것을 감싸 안아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의 상식과 원칙, 평화와 나눔의 소망이 곳곳에 돋아나는 푸근한 동포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