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스트 홈바이어’ 내 집 마련에 큰 역할
▶ 적자난 가중에 일반은행과 같은 기준 적용
첫 주택구입자들의‘내 집 마련’이 갈수록 태산이다.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급증하고 있지만 살만한‘물건’이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요 대출수단이었던 정부 보증 주택대출 기준마저 강화되면서 첫 주택구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 및 첫 주택구입자들의 유일한 주택대출 수단이었던 FHA 융자기준이 최근 점차 강화추세다. 그동안 낮은 다운페이먼트의 주택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주택대출을 대규모 보증한 결과 FHA의 예산이 고갈상태에 이른 것이 원인이다. 적자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다운페이먼트 비율 등 대출기준이 상향 조정돼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첫 주택구입자 감소세
주택가격은 떨어졌고 모기지 금리도 매우 낮지만 첫 주택구입자들의 절망은 커져만 간다.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 갈수록 멀어져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캠벨/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 하우징 플러스의 발표에 따르면 첫 주택구입자들의 구입비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10월 중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은 전체의 약 34.7%로 집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주택 재구입자들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택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기존 주택보유자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향상된데 따른 것이다. 재구입자들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첫 주택구입자들이 설 땅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캠벨사의 조사에 따르면 10월 중 주택보유자들에 의한 주택구입 비율은 약 54.4%로 전체 주택구입의 절반을 넘었다.
토마스 포픽 캠벨 서베이 리서치 디렉터는 “주택시장에서 이처럼 주택구입 능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까다로운 대출기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첫 주택구입자와 저소득층 주택구입자들의 유일한 대출수단이 돼주었던 FHA 융자가 대출기준 강화에 나서면서 첫 주택구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시장 침체 후 얼어붙은 주택 수요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FHA는 최고 3.5% 다운페이먼트 만으로도 주택대출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FHA가 최근 재정압박을 겪으면서 자체적으로 대출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렌더들의 대출기준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구입이 가로 막히면 주택시장 회복에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또 평균 약 31세인 첫 주택구입자들의 재산축적 기회도 늦어져 전반적인 경제회복 역시 지연되는 결과가 우려된다.
■FHA, 주택시장 ‘구원투수’역 끝?
주택시장이 2006년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터진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급락했다. 이때 주택시장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것이 FHA 융자다. 융자시장이 급경색되는 바람에 일반 은행이 대출하는 융자를 받지 못하는 주택구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크레딧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하고 다운페이먼트도 반드시 거래가의 20% 이상을 마련해야 일반 융자가 가능했다. 반면 FHA 융자는 크레딧 점수 조건이 비교적 낮고 3.5% 다운페이먼트 만으로도 주택 대출이 가능해 FHA 융자를 통한 주택구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FHA는 2008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주택대출 보증을 크게 늘리면서 전체 주택대출의 약 15%가량을 보증하며 주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FHA 기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면서 대출조건 강화에 나서 첫 주택구입자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줄어들 전망이다.
■눈덩이 적자 163억달러 규모
현재 FHA의 적자규모는 약 163억달러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FHA는 내년부터 보증 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FHA는 모기지 대출에 보증을 서주면서 부과하던 보증 보험료를 약 0.1% 인상할 계획이며 FHA 대출자들의 부담은 월평균 약 13달러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FHA는 또 적자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과 함께 분기마다 부실대출 약 1만건을 숏세일 형태로 매각하는 방안도 세워 구멍 난 재정 채우기에 나설 계획이다.
FHA의 이러한 노력에 따른 부담은 결국 첫 주택구입자와 저소득층 주택구입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팀 랠프 볼티모어 캐피털 어드바이저 매니저는 “FHA는 대출 보증 때 대출자의 3년간 일정 소득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또 대출자의 소득뿐만 아니라 각종 부채 상황도 점검 대상으로 대출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FHA,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다
FHA가 주택시장 구원투수 역할에서 까다로운 대출기준을 앞세우는 일반 은행과 같은 입장으로 바뀐 것도 지적되고 있다. 로버트 시몬스 클리블랜드 대학 도시계획과 교수는 “FHA의 최근 대출 관행을 보면 일반 은행과 다를 바가 없다”며 “대출 신청자의 자격이 조금만 미달해도 가차 없이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예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여서 부실 대출의 싹을 사전에 자르려는 FHA의 의지로 볼 수 있다.
FHA의 대출조건 강화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첫 주택구입자들이 이미 하나둘씩 주택시장을 떠나고 있고 결국 주택구입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시몬스 교수는 “주택시장의 침체는 끝났지만 첫 주택구입자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에 환멸을 느낀 첫 주택구입자들이 장기간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