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투자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각종 은행 예금의 이자율이 낮고 주식시장의 수익률도 만족스럽지 않자 투자자들에 의한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퇴 연금 계좌의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판단한 은퇴준비 연령층도 은퇴 연금을 사용하면서까지 부동산 투자 열기에 동참중이다. 이들 중에는 부동산 투자에 처음 나서는 초보 투자자들이 많은 가운데 보유 주택 20채 미만의 소규모 투자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과 임대료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에 좋은 여건이지만 초보 투자자들에 의한 실수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에 소개된 최근 부동산 투자 열기와 투자전 알아두면 좋은 간단한 투자 상식을 소개한다.
매입가격이 투자성패 좌우
연 8%정도 수익 올리려면
시세보다 30% 싼값에 사야
■은퇴연금 계좌로 부동산 투자
데이빗과 미쉘 해이슬리 부부는 최근 투자용 주택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뒤 매우 흐뭇해 하고 있다. 조만간 50대를 바라보는 부부는 은퇴 연금 계좌 401(k)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에 항상 불만이던 차에 차압 매물로 나온 주택을 2만7,000달러에 사들여 임대에도 성공했다.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 지역에서 냉난방 시설 기술자로 활동 중인 남편 데이빗은 예전에 작업을 담당했던 주택이 주변 시세의 3분의 1가격에 차압매물로 나오자 지체없이 구입에 나섰다.
부부가 현재 매달 거둬들이는 임대료는 약 900달러. 구입 가격과 임대 수익을 비교한 연간 수익률은 무려 20%에 달한다. 웬만한 금융상품의 수익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이다. 매년 집값이 오를 것 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부부는 “주택가격이 이제 떨어지기보다는 아무래도 오르지 않겠느냐”며 “부동산 투자가 다른 어떤 투자보다 안전한 투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이슬리 부부처럼 높은 수익률을 꿈꾸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맘앤팝’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국부동산 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초보 투자자들은 대개 약 2~3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임대료 상승 덕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기만 하면 매매 차익을 노리고 보유 부동산을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세에 자신감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주택 가격 하락이 6년이 지난 최근 반등하자 부동산 시장으로 회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대도시 주택 가격은 약 35% 이상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주택시장 조사 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가격은 연간 대비 약 4.6% 상승하며 주택시장 붐이었던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뚜렷한 주택가격 상승세로 주식 시장의 선전에도 부동산 투자 열기는 높아지고 있다. S&P 500지수는 2009년 3월 12년래 최저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2배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보다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거의 바닥 수준인 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올리는 수익률은 매우 매력적이어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초보 투자자들은 더욱 늘 전망이다.
■소규모 투자자들 구입 비중 급증
투자자들이 지난 8월에만 사들인 주택은 약 6만6,780채. 주택차압 사태 발생 후 월간 구입량으로는 최대다. 같은 달 판매된 전체 주택 거래량과 비교하면 5채 중 1채는 투자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NAR에 따르면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구입의 대부분은 소규모 투자자들에 의한 구입이다. 투자자 구입 주택의 약 90% 정도는 주택 보유량이 20채 미만인 투자자들에의해 이뤄졌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펀드를 통한 간접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인접 지역에 거주하는 소규모 투자자들에 의한 구입이 주를 이룬다”며 “주택가격은 크게 떨어진 반면 임대료를 오르고 있어 일반인도 쉽게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추세를 설명했다.
MPF 리서치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평균 임대료는 사상 가장 높은 월 약 1,086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3.3% 상승했다. 한편 2분기 중 주택 공실률은 10년래 가장 낮은 8.6%를 기록 임대 수요가 늘고 있음을 나타냈다. 현재 임대용 주택은 약 4,000만채, 실거주용 주택은 약 7,500만채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8% 수익 내려면 집값 30% 깎아야
임대료가 상승중이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 원칙 없이 묻지마식 투자에 나섰다가는 투자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주택을 얼마나 저렴하게 구입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에 초기 구입 비용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연 8%대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시세보다 약 30% 낮은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만약 연 12%대의 수익률을 꿈꾼다면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률은 연간 임대 수익에서 각종 관리 비용을 뺀 뒤 구입 가격으로 나누면 된다. 만약 12만5,000달러에 구입한 주택에서 연간 약 8%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임대료는 적어도 월 약 1,200달러를 받아야 하고 관리비는 월 400달러 내외로 유지해야 한다.
■ ‘부동산만한 투자처 없다’ 인식
앞서 언급된 해이슬리 부부처럼 노후에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둔 ‘저금통’을 부동산 투자를 위해 깨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종 연금 계좌에서 부동산 구입용 현금을 인출한 뒤 직접 운용하는 은퇴계좌에 적립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 직접 운용 은퇴계좌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고 부동산 투자로 올린 수익은 계좌에 재적립할 수 있는 형태다.
생애 처음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요발디 벤터는 투자용 차압매물을 구입할 계획으로 최근 은퇴연금 계좌인 401(k)에 손을 댔다. 뉴저지시티에 나온 듀플렉스를 약 6만달러에 구입할 계획으로 401(k)의 일부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형태의 IRA 계좌로 옮겨 놓았다. 벤티가 구입하려는 주택은 가격이 2008년 대비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며 벤터는 유닛당 월 약 2,000달러의 임대료 수익을 기대중이다.
인디애나 폴리스에 이미 6채의 투자용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개리 히펜스틸은 부동산 투자 신봉자다. 현재 연간 약 10%대 높은 수익률을 맛보고 있는 히펜스틸은 은행 예금 이자율이 너무 낮아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눈에 보이는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 최근 투자자들의 심리”라는 그는 “부동산 시장도 경제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있긴 하지만 매매 또는 임대용으로 항상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