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사라졌던 파랑새, 촉촉하게 비 내린 10월 중순 어느 날 몇 해 만인가 우리 집 뒤뜰에 두 쌍으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파랑새(Blue Jay)는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보다 몸통이 약간 큰 편이고 세련된 블루 톤(Blue Tone)의 색상에다 흰색으로 액센트를 주고 있다.
겁이 많은 새인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혹시라도 인기척을 느끼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숨어버린다. 그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상당한 노력 끝에 정체를 확인하고 세련되고 희망찬 그 색상에 깊이 매료되고 말았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성대가 퉁소같이 생겼을까 공명(共鳴)이 울려 퍼지면서 여운을 길게 남긴다. 바로 배음(倍音)이다. 배음이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중 듣고 있는 소리에 공명부수(共鳴附隨)해서 생성되는 소리를 일컫는다. 배음에 대해 전문가가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하나(單)음으로 생각하고 듣고 있는 소리 중 사실은 여러 개의 소리(音)가 섞여 있다. 즉 배음에 의해 음색이 생성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배음이 넘쳐흐르는 자연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예를 들어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줄기차게 또는 달래듯 계절 따라 내리는 빗소리, 잠자는 아기 깰까 사뿐 사뿐 밤새 내려 온 세상 하얗게 덮어버리는 함박눈, 포말을 날리다가 사방으로 흐트러지면서 부딪치는 파도소리, 부엉부엉 한 밤중 들릴 듯 말 듯 그 코믹한 생김새 연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부엉이, 한 여름 나무에 붙어서 시원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 어김없이 새벽잠을 깨우는 새들의 합창, 나래 비비며 짝을 찾는 귀뚜라미의 고독하고도 청명한 소리 등등, 이런 모든 소리 즉 배음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뇌 속 깊은 곳에 잠재돼 있는 인간 번뇌가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연치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배음 효과이다. 특히 배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음악분야의 예술이다. 풍부한 배음을 내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우리들의 잃어버린 자연 즉 체내를 갱생시켜주고 자연과 일체화되는 것이다. 배음으로 인해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 또한 즐거워진다.
자연 속에는 배음이 풍요롭다. 그래서 자연을 가까이하며 생활하는 사람은 심신이 건강하고 세진(世塵)에 시달려 생기는 스트레스를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마음에 여유가 많고, 매사에 태연자약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