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별 작성요령
대학 입시에서 에세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명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학업성적과 표준시험 점수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자신을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에세이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460여개 사립대가 채택하고 있는 공통지원서(Common Application)에는 6개의 에세이 토픽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이 중 하나만 작성하면 되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에세이를 써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공통지원서 에세이 작성요령을 토픽별로 집중 분석한다.
명문대 지원자들 성적·SAT 대동소이
열정·솔직함 담아 보는 사람 감동시켜야
■ 6개 토픽, 250~500단어로 상한선 제한
공통지원서 에세이 분량은 최소 250단어에서 250~500단어로 지난해 입시부터 상한선 제한이 부활됐다. 이로 인해 현재 사립대 지원을 위해 공통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많은 수험생들이 “에세이 분량이 500단어를 넘으면 어떻게 되느냐”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원자들이 장황하게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토픽에 맞게 간결한 글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에세이 분량에 제한을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500단어 이내는 자신의 주장과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증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주장이라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공통지원서 내 6개 에세이 토픽은 다음과 같다.
1. Evaluate a significant experience, achievement, risk you have taken, or ethical dilemma you have faced and its impact on you.
2. Discuss some issue of pers-onal, local, national, or international concern
and its importance to you.
3. Indicate a person who has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you, and describe
that influence.
4. Describe a character in fiction, a historical figure, or a creative work (as in art, music, science, etc.) that has had an influence on you, and explain that influence.
5. A range of academic interests, personal perspectives, and life experiences
adds much to the educational mix. Given your personal background,
describe an experience that illustrates what you would bring to the diversity in a college community, or an encounter that demonstrated the importance of diversity to you.
6. Topic of your choice.
■ 다양한 질문을 해라 (Ask Questions)
기본적인 준비 작업을 생략하고 좋은 에세이를 쓸 수는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나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들을 적는다. 과거에 했던 일들, 가보았던 장소들, 성취한 것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내가 지금까지 선택한 것들, 내가 저지른 실수들, 나를 기쁘게 또는 슬프게 만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면 30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작업을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사진 및 동영상,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웍 사이트를 훑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다음 단계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가?” “내가 태어나서 자란 커뮤니티는 어떤 곳인가?” “내가 좋아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초기 작업은 일찍부터 시작할수록 좋다. 작은 아이디어가 하나, 둘씩 모여 큰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일상소재로 특별함 부각 가능
자신에게 어떤 영향 끼쳤나
연관성 설명해내는게 더 중요
■ 토픽별 에세이 작성 팁
공통지원서 내 에세이 토픽은 6개가 있지만 토픽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볼 경우 보는 각도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틀면 비슷한 점이 많다. 어떤 이슈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 어떤 책을 통해 내가 누군지 설명하는 것 등. 토픽별로 학생이 신경 써야 할 점들을 짚어본다.
토픽 1
-> Evaluate a significant experience, achievement, risk you have taken, or ethical dilemma you have faced and its impact on you.
이 토픽은 에세이를 작성할 학생에게 솔직한 요구사항을 던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핫스팟’(hot spot)을 잘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중요한’(significant)이다. ‘Significant’라는 단어 때문에 이 토픽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많다.
17~18세 나이에 중요한 이벤트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아 왔다고 해도 중요한 이벤트는 누구든지 경험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에세이를 작성할 때 학생의 분석력과 가치관을 부각시켜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경험이나 이벤트가 부모의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장기기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질러 부모를 실망시킨 일, 여름방학 때 재능이나 열정과는 상관없는 미술 클래스를 택한 일 등도 나에게는 중요한 경험이었을 수가 있다.
중요한 점은 어떤 경험이나 이벤트를 선택하더라도 왜 그것이 자기에게 중요한지 에세이를 통해 입증해 내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이 태어난 도시에 나를 데리고 가서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이것저것 보여줬다. 이것을 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는 본인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아버지처럼 꿈과 열정을 갖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이것은 중요하다.
토픽 2
-> Discuss some issue of personal, local, national, or international concern and its importance to you.
여기서 키워드는 ‘issue’와 ‘importance’이다. 미국 대선이라든지 유럽 발 금융위기라든지 너무 거창한 이슈를 고를 필요는 없다.
대학들은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등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는 거창한 이슈를 다루는 에세이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이슈들은 로컬 또는 개인적 이슈보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에세이는 입학사정관에게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인의 삶과 연결할 수 있는 이슈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 토픽은 학생이 선택한 이슈가 얼마나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는지 입증하느냐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
토픽 3
-> Indicate a person who has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you, and describe that influence.
‘Significant’와 ‘Influence’에 집중하도록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로널드 레이건 같은 ‘위대한’ 인물을 선택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다. 대단한 인물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특정인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그 사람이 왜 나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엄마나 아버지에 대해 쓴다. 엄마나 아버지에 대해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부모 중 한 사람과의 관계가 특별하거나 색다른 점을 뚜렷이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는 나의 롤 모델이었다”는 식으로 요점을 정리하면 십중팔구 퇴짜를 맞는다.
토픽 4
Describe a character in fiction, a historical figure, or a creative work (as in art, music, science, etc.) that has had an influence on you, and explain that influence.
토픽 3과 흡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더 까다롭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나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여기서는 ‘describe’이라는 단어가 함정이 될 수 있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업적을 상세히 묘사하는 선에서 그치면 이보다 한 차원 높은 사고력을 드러내 보이는데 실패하게 된다.
선택한 인물이나 작품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나와 형성된 관계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 토픽에 대해 제대로 쓴 글은 다른 여러 에세이와 차별화하기 쉬울 것이다. 마틴 루터 킹, 앨버트 아인스타인 등 많은 학생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유명 인물은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나의 열정과 관심사와 연결할 수 있는 인물이나 작품을 택한다.
토픽 5
A range of academic interests, personal perspectives, and life experiences adds much to the educational mix. Given your personal background, describe an experience that illustrates what you would bring to the diversity in a college community, or an encounter that demonstrated the importance of diversity to you.
토픽 4가 어렵다고 생각했으면 토픽 5는 이보다 한 단계 수준이 더 높다. 이 에세이를 쓸 때 두 가지 앵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나 자신의 독특함을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다양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이벤트에 대해 묘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앵글을 적용시켜 글을 쓸 경우 토픽은 지원자의 독특한 점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학생의 재능, 생각, 열정, 관점 등이 다른 지원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에세이를 쓰기 전에 “내가 어떻게 캠퍼스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 본다.
토픽 6
Topic of your choice.
5가지 토픽 중 아무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 토픽 6을 택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토픽 1~5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하지만 극소수는 이 옵션을 고른다. 중요한 것은 토픽이 아니라 에세이의 질이다.
이 토픽을 선택하더라도 기발한 아이디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입학사정관들은 에세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아무 토픽을 골라 글을 재미있게만 쓰려고 하는 실수를 피하자. 입학원서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나만의 특별함, 독특함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토픽이면 무방하다.
<황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