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말 찾기 게임

2012-09-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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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게임을 시작한다. 여기서는 말 대신 글로 쓴다. “ 이 중에서 한국말이 몇 마디 있는 지 찾아내세요. 아침, 학교, 굿모닝, 친구, 니 하오마, 사요나라” “세 마디” “다음 문제에요. 화분에 워터를 주자, 밀크 주세요, 숙제를 다 했다, 셀프서비스 하자, 기브 미 책, 정말 땡큐다” “한 마디” “그럼, 나머지는?” “섞였으니까 한국말이 아니지요.” “그럼, 어느 나라 말일까?” “...”

한국 내에서는 영어 사용량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문 국내판에는 제목 중 영어로 된 부분을 한국말로 주석을 단 것도 있다. 인명, 기업명, 상점명, 행사명도 영어가 흔하다.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지만 그들이 한글을 읽을 수 없다. 영어마을, 국제학교 등 영어로 수업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영어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말은 어디로 갔나? 또 이런 경향이 한국문화를 자랑한다는 정신과 일치할까.


그래서 상상력을 편다. 2050년 첫 날은 타임캡슐을 여는 날이다. 캡슐을 묻을 때보다 한국말의 존재가 점차 희미해졌음을 깨달은 한국인들이 깜짝 놀라서 긴급 대책을 세웠다. 그것은 ‘한국말을 수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 수입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되었고, 드디어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한테서 수입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한낱 여름날의 백일몽이길 바란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이 교실에서 벌어진다. “밀크의 한국말은 우유에요. 우유를 넣어서 말을 만들어 보세요.” “나는 우유가 좋다, 우유는 맛있다, 소가 우유를 준다, 밀크 주세요...” “다시 고쳐서 말하세요, 우유 주세요라고 말해야지.” “우리 할머니도 밀크라고 말하세요” 그래서 우유와 밀크의 싸움이 벌어졌다. 밀크가 이미 한국말이 되었는데 왜 구태여 우유라고 말해야 하는가. 말하자면 밀크는 이미 한국말이 된 영어가 아닌가. 맞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말이 너무 많아서 완전한 한국어가 드물어져가는 현실을 말한다. 또 이민사회 한국학교에서는 어느 말을 가르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 영향을 주는 것은 어순이다. 즉 말이나 글에서, 주어.술어.목적어 따위가 놓인 차례가 중요하다. 어순이 비슷하거나 같은 차례를 사용하는 외국어는 배우거나 가르치기 쉽다. 예를 들면 중국어와 영어, 또는 한국어와 일본어 같은 언어들이다. 그래서 영어와 한국어는 쉽게 배우기 어렵다고 하지만, 어순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그들이 서로 다른 말을 배우는 동안에 두뇌활동이 활발해진다.

또 한국말의 토씨(조사) 달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영어의 전치사처럼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영어 단어 사이에 한국어 토씨만 넣으면 한국어가 되는 것인가. “먼데이 스쿨에서 아트쇼가 있어요. 엄마, 아빠 플리즈 컴.” “불고기가 베리 딜리셔스야” “나, 레이디스룸에 가.” 이런 현황에서 벗어나 한마디라도 한국어로 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고자 한다.

‘한국말 지키기’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 한국 내에서 외국어 사용이 범람하고, 해외 이민자들이 거주국 언어만 사용한다면 한국말은 자멸할 것이다. 언어를 잃은 민족은 혼과 마음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한국 식민지 정책은 한국말을 빼앗는 것부터 출발하였다. 또한 언어는 문화가 담긴 그릇이다. ‘사랑방’을 ‘love+room’으로 해석할 수 없다. 한국 가옥의 특징을 알아야 사랑방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새학년이 시작되면 새로운 학부모와 학생을 맞이하게 된다. 이분들에게 두 가지 속담을 선물로 드린다. 첫째, ‘우물에서 숭늉 찾겠다’이다. 한 학기가 끝나면 별 효과 없다고 학교를 떠난다면 아까운 기회를 놓친다. 둘째,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이다. 무슨 일이든지 한 가지 일을 끝까지 꾸준히 해야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말 찾기 게임’은 어린이와 성인 겸용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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