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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로마 에피소드’

2012-06-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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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알렌의 로마 찬가 위트-유머 넘친 코미디

▶ 사랑하는 로마 (To Rome with Love) ★★★½(5개 만점)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로마 에피소드’

창녀 안나(페넬로피 크루스·오른쪽)는 시골 신랑 안토니오(왼쪽)의 가짜 아내 노릇을 한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르셀로나를 ‘파리의 자정’에서는 파리를 찬양한 우디 알렌(그는 늘 각본도 쓴다)이 이번에는 ‘영원의 도시’ 로마에게 바치는 찬가를 만들었다. 로마의 관광명소들인 트레비 분수, 스패니시 계단 및 바티칸과 콜러시엄 그리고 오래된 폐허 등을 카메라에 담은 촬영이 로맨틱하게 아름답다.

그러나 알렌의 로마는 순전히 자기가 생각하는 장밋빛으로 채색된 로마여서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실감이 결여됐다. 알렌 특유의 재잘대는 위트와 유머가 풍부한 재미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마치 백일몽처럼 느껴진다.

다소 진지했던 ‘파리의 자정’에 비하면 이 영화는 철저히 웃자는 코미디인데 미국과 이탈리아의 앙상블 캐스트가 나와 서로 관계가 없는 몇 편의 에피소드를 엮어간다. 이런 에피소드 식 얘기 진행은 어떻게 보면 매우 게으른 영화 창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눈요깃거리 많고 요절 복통할 장면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 및 재치 있는 대사 등 보고 들을 것이 많은 아주 즐겁고 로맨틱한 영화다.


카메라가 여름철 로마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교통순경이 로마를 소개하는 식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밤의 스패니시 계단에서 끝난다. 먼저 소개되는 남자가 잘 생긴 젊은 민권변호사 미켈란젤로(플라비오 파렌티). 그에게 미국에서 혼자 관광 온 헤일리(앨리슨 필)가 지리를 물으면서 둘 사이는 급속도로 연인이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딸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알렌)와 그의 냉소적인 부인 필리스(주디 데이비스)가 로마에 도착한다. 그런데 제리는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로 장의사를 경영하는 지안칼로(유명한 오페라 가수 화비오 아르미아토)가 샤워를 하면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듣고 그를 무대에 데뷔시키기로 한다.

자기가 젊었을 때 살았던 로마에 놀러온 유명한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옛날 자기가 살던 곳을 찾아가다가 건축을 공부하는 미국 청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난다. 이때부터 존은 잭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재경험한다. 그런데 잭은 자신의 아름답고 차분한 동거 애인 샐리(그레타 거윅)의 친구로 로마로 놀러온 쾌활하나 거품 같은 배우 지망생 모니카(엘렌 페이지)에게 홀딱 반한다.

두 남매와 아내를 둔 지극히 무미건조한 회사원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이유를 알 수 없게 유명 인사가 돼 파파라치에게 쫓기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매스컴에 보도된다.

마지막으로 시골서 갓 결혼한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는 아내 밀리(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와 함께 부와 명성을 함께 지닌 고지식한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로마에 온다. 그런데 둘은 어쩌다 헤어져 안토니오는 섹시한 황금의 마음을 가진 창녀 안나(페넬로피 크루스)와 그리고 밀리는 자기가 흠모하던 스타 루카(안토니오 알바네제)와 날을 보내게 된다.

명성의 덧없음과 함께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로맨스와 모험과 추억 및 우연한 기회 등을 아기자기하게 그린 영화에서 가장 우습고 재미있는 것은 샤워장 밖에서는 목소리가 죽는 지안칼로의 오페라 ‘팔리아치’ 데뷔를 위해 무대에 설치한 샤워장에서 지안칼로가 발가벗고 노래하는 장면. 가관이다. R. Sony Classics.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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