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미애 ㅣ 이메일로 소통하는 잔잔한 즐거움
2012-03-23 (금) 12:00:00
대학을 가느라 집을 떠나는 첫째 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 2가지는 꼭 지키라 일렀다. 첫째, 교수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둘째, 교수님들께 받는 이메일은 그 어떤 것이라도 꼭 답장을 하라고 말했다. 답장을 보내야 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꼭 답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일지라도 ‘잘 받았습니다.’ 라는 내용을 보내는 것이, 나를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요즈음 직장 생활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의 하루 일과는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 내가 혹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이메일의 신속함과 원하는 정보를 양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편리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이메일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이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답장이 없어서, 다음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계속 몇 번이고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 내가 보낸 자료를 잘 받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고 계속 신경쓰며 하루를 마감하면서 ‘받지 못했으면 다시 보내달라 하겠지’로 기다림에 대한 마음을 접을 때의 아쉬움.
그 반면 일을 부탁하는 자세한 내용과 깔끔하고 정확한 정보를 첨가한 이메일은 일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일의 성격상 빨리 그 결과를 알아야 할 때는 중간 중간 일의 진행 상태를 주고받으며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데 속력을 올려 손님이 원하는 시간 안에 일을 끝내 주었을 때의 뿌듯함과 격려를 담은 감사의 답장은 갈증을 풀어 주는 냉수와도 같다.
집을 떠나 있는 큰 딸과 매일 이메일을 한다. 엄마의 염려가 잔뜩 묻어나는 잔소리보다는 나의 삶의 기준인 성경 말씀을 매일 같이 나누며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보다 삶의 내용이 더 풍성해지면 서로의 삶을 나누는 여러 모양의 정겨운 이야기가 이메일을 통하여 오고 갈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더 세월이 지난 뒤, 두 딸들이 다 자기의 둥지를 틀고 있을 때 서로가 얼마만큼 멀리 떨어져 있든지 매일 매일 나누는 삶의 이야기가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로 수놓아질 것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