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향기] 손종렬 ㅣ 봄

2012-03-1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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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봄은 오지만, 봄날은 꿈꾼 자
에게만 온다.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 그 어둠의 저 편에 아침 햇살
눈부신 새로운 봄날이 있음을 믿고 견디며 이겨낸 자에게만 온다.
매서운 바람과 춥고, 긴 겨울을 오롯이 견디어 낸 꽃 몽오리만이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낼 때 비로서 봄날인 것이다.
비 오던 며칠 전, 화원에 들렀다가 무릎 높이의 가느다란 나무에
진분홍 꽃들이 빗방울에 떨어질 듯 애처로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레 사 들고 온 적이 있다.

눈 여겨 보니 복숭아 꽃이었다. 그 여리디 작은 나무가 봄이 온 줄
어찌 알고 가지 마다 황홀한 꽃망울을 터뜨린 것일까
메마른 가지에서 꽃이 핀다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자 축복이다.
이제 봄의 성취를 보내고 여름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내 후년쯤의
가을에는, 달고도 탐스런 과실을 맺을 것이라니 복숭아 나무의
봄날도 머지 않으리라.


나는 무슨 꽃을 피우기 위해 그 춥고 긴 겨울을 보낸 것일까...
젊은 나무도 아닌 나의 나무에서 이제와 꽃을 피우기나 할 것인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가 기실은 땅 밑에서 온갖 안간힘을 쓰며
뿌리를 뻗어 내리고, 물을 길어 올리며 꽃 한 송이 열매 하나하나
피우고 맺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보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눈물 같은 생(生)이 흐른다.

울지 않는다고
새를 울리지 말아라
(울지 않은 것인가 듣지 못한 것인가)
울지 않아도
새.다.
날지 않아도 새.다.
누군 봄인 줄 모르는가

-詩/울지 않는 새/손종렬

언제부터인가 내 속에서 울지 않고 날지 않는 새...
이전에 크고, 길게 울며 붉은 산노을 너머 훨훨 날은 적도 있었을
터이나 이제는 다만 하나의 전설로써 간직하고 있는 새.
일평생 가장 뾰족한 가시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그 가시에 스스로
가슴을 찔리우는 순간 피를 흘리며 비로소 단 한번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장렬히 죽어가는 전설의 가시나무새처럼,
다시 온 봄날에 내 속의 새도 찔리우며 노래 부르고 싶다 한다.
그랬구나, 이제토록 내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을 몰랐구나
비로소 하늘 넓은 세상에 내 속의 새를 풀어준다.
오 어디 있는가... 가장 뾰족한 가시나무-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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