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정옥 ㅣ 입양

2012-02-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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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미국인 치과의사의 부인이 한국에서 생후 2개월만에 입양되어 온 한국인이라는 것과 김치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날을 잡고 그녀와 약속을 하였다. 친구의 집에서 모두 만났다. 이름은 크리스티. 4명의 아이가 있었다. 2명은 혈육의 아이들, 2명은 한국에서 입양한 선물의 아이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또 한 명의 아이가 곧 한국으로부터 입양되어 온다고 한다.

그야말로 북적북적 잔칫집 풍경이었다. 크리스티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며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김치와 겉절이, 잡채, 불고기 그리고 나물무침들과 전. 게다가 쑤어 온 팥죽까지. 풍성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비빈 비빔밥까지. 처음 먹어 본다는 우리네 음식인데 어쩜 그리도 맛있게들 먹는지. 코 끝이 찡 해지면서 역시 핏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홈 스쿨링을 하는 크리스티의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싶다기에 계획도 세웠다. 챙겨 간 한국식 달력을 주며 음력도 설명하고 화투도 꺼내어 보여주었다. 핏덩이로 버려졌던 한국을 남 아닌 남처럼 살아왔던 크리스티가 뿌리를 찾는 문을 연 첫날이었다.


크리스티는 태어나자 며칠만에 증표 하나 없이 인천의 골목에 버려졌단다. 고아원에 들어간 날을 생일로, 서류에 적힌 서명자를 이름으로 입양이 되어 왔는데 양부모가 이혼으로 끝을 낼 때 그녀는 어쩔수 없이 외톨이가 되었단다. 다행이 하나님이 키우시는 들꽃처럼 홀로서기를 올곧게 해내어 이렇게 가정을 꾸린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든든한 남편과 함께 어머니로 서 있다. 약한 것을 끌어 안고 밝고 거침없이 웃는 그녀는 아름다왔다. 넓은 두 팔에 다섯명의 보물을 뜨겁게 끌어 안고 있는 크리스티는 분명 보내신 이의 참 뜻을 알리라 싶다. 반갑다 크리스티, 우리의 서명자.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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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씨는 서울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국민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82년 남편의 유학으로 두 아이와 함께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바르게 믿음생활하기를 바라며 자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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