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용자 ㅣ 나도 시어머니

2012-01-3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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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내가 시어머니의 자리에 와 있다는 사실이 문득 믿기지 않는 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의 노릇도 아직 서툰데---, 벌써 12년째나 시어머니의 위치에서 안절부절할 때가 있으니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여자라는 게 분명하다 .나이는 들어가고 생각들은 점점 작아져 가고, 생각하면 초조 할 때도 있다.거기다 시어머니의 역할까지는 좀 버거운 것 같기도 하다.

젊은 아이들의 풍조를 아는척하려고 아이들 앞에서 지난날들을 하나씩 열거해 보이기도 한다. “나도 네 나이또래를 지나왔는데—“ 그래도 대화의 앞뒤가 안맞을 때는 그 아이가 아들의 여자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물이 흐르듯이 마음도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길도 때로는 잠시 멈춤의 신호에 걸릴 때도 있다. 아직도 웃음소리가 톡톡 튀는 아이를 나는 왜 나이들어 으젓한 여자로만 생각하는 걸까, 잠이 좀 모자라면 시무룩한 아이를 왜 이해해주지 못했을까, 내 마음의 좁은 구석에서 틱틱 거리는 나쁜 그림자들로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래도 예쁜 모습으로 눈에 힘주어 화장하고 “엄마, 엄마”를 부르며 나타날 땐 예쁘기만 할 때도 있다. 내몫의 역할은 우리 딸들처럼 톡톡 튀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며느리가 우리 아들의 눈에처럼 예쁘게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며느리와의 관계가 푸른 하늘을 나는 새처럼 늘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내겐 .머리 속으로만이 아니라 입으로 표현되는 사랑을 하나 둘 실천해가는 연습도 필요하다. 두드러지게 표가 나지 않아도 좋다. 희미하게라도 한 발짝 한 발짝 변화하며 살아간다면 시어머니의 역할도 할만할 것같다. 마음에 불꽃이 피어오르면 따듯함이 가득히 차오르는 가슴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으니까, 각자 다른 자신들의 모습을 갖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의 기쁨을 느끼며 때로는 삭막하고 힘든 일상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되어야겠다.

아이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나이들수록 진리처럼 내 마음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며느리를 통해서 또 다른 모양의 사랑을 알아간다면 또 한 페이지의 근사한 인생의 장이 생길 것 같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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