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용자 ㅣ 동서지간

2012-01-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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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참 많은 모양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락날락거린다. 잣대를 가지고 넓이와 길이가 재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혼란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나에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동서가 있다. 어떤 때는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스러운 것 같고 친한 것 같기도 하다가 또 소원해지기도 한다. 통념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동서지간의 거리감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쭈뼛쭈뼛 할 때도 있었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들려준 이야기가 가슴속에 딱 달라붙어서 어색함으로 더 한층 굳어질 때도 있었다.

“동서지간이 뭔 줄 아세요? 동쪽과 서쪽처럼 먼곳에서 겨우 사이 사이로 오는 사이래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에 이끌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우리, 형님! 형님!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대는 동서에게 어떻게 내마음이 열려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우리는 가족에 관해서는 한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법을 배웠고, 손이 따듯하다는 것도 서로 알게 되었다.


겉치레를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마음문을 활짝 열고보니 나이가 들어도 젊은 웃음을 나눌 수 있고 어깨를 탁탁 쳐가며 깔깔 거릴 수 있는 편안함을 얻었다.

때로는 남편의 흉도 슬쩍슬쩍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재미를 만끽할 때도 있다.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행복을 배우며 우리는 서로에게 착한 존재가 되길 결심한다. 고통과 기쁨조차도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우리는 누가 보아도 참 사이가 좋은 동서지간으로 성숙하고 있는 듯하다.

김치병 한단지에 사랑을 가득 담아다 주는 멋쟁이 동서에게 나는 무엇으로 답해야 할까 하는 즐거운 고민도 행복한 삶 중에 한부분이 되어 버렸다. 파란 하늘 아래서 서로의 마음을 한자락씩 꺼내서 사랑으로 물들이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서로 편을 들어주며 서로에게 빛이 되어 주고 서로에게서 아름다운 빛을 찾아내며 살아간다면 다시 태어나는 삶일지라도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살 것 같다. 별도 따다 주었으면 좋겠다는 동서, 언젠가 우리 둘만 한번쯤 재미있는 여행을 떠나보자는 동서와의 약속이 지켜질 날을 기다려 본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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