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민정 ㅣ 아름다운 그녀들

2011-12-2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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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내가 손해볼지언정, 남에게 해를 주면서 살지는 말라’고 가르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녀는 아이가 없지만 동네 아이들을 다 자기의 아이처럼 진심으로 이뻐했다. H는 한 그릇에 차려진 떡볶이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게 될 때, 다른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하게 될까봐 천천히 다른 이들 먹는 것을 배려해가며 남들이 배가 찼을 때즈음에야 속도를 낸다. 누가 불평을 하든, 누가 남의 욕을 하든, 휩쓸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H는 사람을 은근 가리며 재보는 나를 보며, ‘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 라며 다른 이의 변화가능성을 보고 너그럽게 대하고,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지켜봐주라고 충고하기도 하였다.

K는 우리 모임의 대모이다. 겨울이 되어 모임 장소를 찾지 못하면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어 주었고, 캠핑이라도 갈라치면 라면도 한짝씩 챙겨서 넣어주곤 했다. K는 맞이하는 사람을 늘 편하게 대해주어서, 그녀의 집에 가면 이웃의 집에 간다는 느낌이 든다기 보다, 친정에 다니러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두배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겨울에 H도 K 도 병을 얻어 세밑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다른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고, 다른 사람의 일을 제 일처럼 여겼던 이들이라 다행히도 이들의 투병생활에는 지원군이 많다. 때되어서 음식을 해주시는 분들, 찾아와서 보살펴주시는 분들이 끊임이 없다. 나의 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 한편으로는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다.


다만 병마와 싸우는 일만큼은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그 고통 자체는 아무도 달래줄 수가 없는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아름다운 그녀들이 하루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주변을 더욱 밝혀주기를 오늘도 두손 모아 기도해본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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