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용자 ㅣ 아들의 뽀뽀와 사위의 뽀뽀

2011-12-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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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듯하고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에도 한참은 지나야 보통의 나로 돌아올 수가 있다. 아들의 뽀뽀가 그렇고 사위의 뽀뽀가 혼자 있을 때도 그림처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한국식 생활방식과 미국식 생활방식이 반반씩 섞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집은 시끌뻑적 소란스럽다.

자신을 꺼리낌없이 드러내는데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온 미국 사위, 영혼의 아름다운 냄새가 날 것 같은 사위의 뽀뽀는 혼신을 쏟아부을 것처럼 진실스런 눈으로 뽀뽀를 한다. 마치 이 세상에 저희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들이 질세라 또 며느리에게 주는 뽀뽀는 쑥스러움과 겸연쩍음이 섞여 찍 소리가 나는 한국식 뽀뽀다. 나는 슬그머니 웃음이 쏟아져 자리를 피한다. 아이들의 애정 표현은 시시때때도 없다. 그렇게 살아보지못해 부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낯설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통과해야 할 때가있다. 그것은 불이 꺼진 터널과 같은 어두움일 수도 있다. 아이들로 인해서 터널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끝으로 펼쳐지는 나를 위한 탤랜트쇼-열살짜리, 다섯살짜리, 두살짜리의 팀이 펼치는 쇼는 우리들의 배꼽을 뽑아 놓는다. 특히 두살짜리가 관심을 사로잡기위해 돌고, 또 돌다 엎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춤은 우리의 축축했던 마음을 햇빛으로 바꾸어준다. 우리 모두를 깔깔거리게 만들어주어주고, 우리들의 사랑의 감정을 연결시켜준 꼬마가 고맙다. 사랑은 사위처럼 온마음을 담아 눈으로 하기도 하지만, 아들의 찍소리 뽀뽀처럼 행동으로 하기도 한다.


어떤 모양의 사랑이든 따듯하고 달콤하므로 사람을 행복하게한다. 딸아이에게 프로포즈 하기 전 어른들의 허가를 먼저 받겠다고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사위, 한국사위를 고집하던 내 마음을 상하게 했던 사위,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한국식으로 맞춰가며 마음을 편케해주는 사위를 생각하니 “I Love you more and more every”라는 옛날 팝송이 생각난다. 때로는 큰 우주 덩어리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외로움이 엄습해도 나는 아이들이 비쳐주는 빛으로 사랑으로 오늘을 산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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