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류 미 ㅣ누군가 너를 위하여

2011-12-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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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내 남편도 아주 힘든 일이 있을 땐 내게 기도를 부탁한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다는 것은 신을 믿지 않은 이들에게도 참 힘이 되나보다.

내겐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이가 있었다. 바로 우리 할머니다. 할머니는 지나치리 만큼 깨끗하셨고 또 무척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분은 한번도 내게 살가운 말을 건네보신 적이 없다. 어릴 적 ‘우리 할머니는 왜 나를 저리 차갑게 대하실까’ 궁금했다.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부 갈등이였다. 할머니 눈엔 엄마가 참 못마땅했고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내가 별로 였던 것 같다. 거기다 난 참 꼬박 꼬박 말대꾸를 했다. 엄마에 대한 할머니의 부당한 처사가 보기 싫었기 때문이였다.

어릴 적 난 할머니가 날 미워한다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그러던 내가 나이가 들어 결혼할 남자를 데려왔다. 할머니는 지금의 내 남편 손을 꼭 잡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네는 정말 복덩어리를 고른 걸세. 어디 가도 우리 손녀딸 만한 애가 없어. “갑자기 귀가 의심스러웠다. 할머니 입에서 나에 대한 칭찬이 나왔다. 내가 복덩어리란다. 처음 들은 할머니의 칭찬에 내 마음이 아주 조금 열렸다.

결혼 후 난 할머니를 조금씩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엄마는 살림을 참 못하신다.(엄마 죄송!) 장을 볼 때도 계획 없이 항상 많이 사셨고 집안 정리를 하시는 것도 엄마에겐 큰 숙제였다. 그에 비해 할머니는 정말 살림의 고수였다. 할머니가 한번 지나간 자리는 빛이 났고 모든 것이 제자리였다. 물건도 넘치게 사시는 법이 없었다. 무척 아끼셨고 절약하셨다. 왜 그렇게 할머니가 엄마에게 잔소리를 했는지 내가 살림이란 걸을 해보니 좀 이해가 가더라.

할머니는 내게 좋은 배우자를 주십사 기도하셨다. 내가 기억하기론 거의 10년 이상 그 기도를 매일 밤 하셨다. 할머니의 기도가 이뤄졌나 보다. 난 참 좋은 남편과 살고 있으니. 가족 중 유일하게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할머니가 사실은 기도로서 가장 오랬동안 나를 생각해주셨다는 사실이 할머니 기일이 다가오는 으스름한 이 계절에 뼈시리게 느껴져온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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