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용자 ㅣ 반잔의 차

2011-12-0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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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여자,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야기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며 여기저기 풀어놓으면 주위를 압도하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재주를 가진 여자다. 눈빛이 살아 있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주는 생활의 안식에서 훨씬 벗어나 있는데도 항상 부자처럼 산다. 격심하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살아온 그녀의 생애를 보면 아픔이나 고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행복의 씨앗으로 삼고 있는 것같다. 그렇게도 편애하던 아이를 잃고 남편과 이별하고, 반복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의무만을 생각하며 고통 뒤에 숨어 기다리는 행복을 엿본 듯 살아간다.

고생이 따르지 않는 삶, 고통이 따르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작든 크든 부딪치고 주저앉고, 일어나고 연속되어지는 인생살이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부여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연약함, 어리석음, 덧없음이 모든 문제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까에 따라서 우리는 행불행의 길로 갈라진다. 반잔의 차가 누구에게는 “어머 반잔이나 남았어”하는 기쁨의 마음이 되기도 하지만, 또 누구에게는 “애걔 반잔밖에 남지 않았어” 하는 불평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어느 때에는 타성에 의해서 길을 갈 때도 있지만, 또 삼거리 사거리를 만나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진정한 자유를 따라갈 때 우리는 행복한 길로 들어서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들은 일상의 이곳저곳에서만 행복을 찾아헤맨다. 사랑 안에 겸손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피해서 말이다. 오늘도 하늘은 맑고 푸르르다.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것은 내 마음도 맑아 있다는 증거이다.

나의 반잔의 차가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순간, 나는 또 하나의 행복을 내 손안에 움켜잡는다. “감사하지 뭐” 늘 그녀에게서 나오는 말이 나에게 봄빛처럼 축복을 내려준다. 두 아이와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 앞에 이젠 초록색 신호등만 기다려 주길 기대한다. 모든 것이 변하고 흐트러져 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열심히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우수함이 돋아날 것이다. 반잔의 차를 바라보기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을까? 놀라운 그녀처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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