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엘리자벳 김 ㅣ 모나크 나비의 대 이동
2011-12-04 (일) 12:00:00
신비란 말을 유달리 좋아하더니 또 신비로 향한 여행이냐며 옆에 앉은 친구는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6,000파운드 정도의 차 무게에 말 292마리가 끄는 마력(HP)을 가진 자동차로 달려도 한 시간에 겨우70마일 정도를 달릴 수가 있는데, 일 온스도 안 되는 몸무게와 4인치도 안 되는 모나크 나비들이 장장 2,500여 마일을 날라 겨울을 보내는 곳을 찾아 가는데 어찌 신비롭지 않냐며 웃었다.더구나 날개의 색상은 주홍색 바탕에 검은 줄로 그려져 있고 주위는 하얀 점으로 점점히 박혀 있는 아름다운 제왕 호랑나비(Monarch Butterfly)가 아닌가 말이다.
10월 부터 이곳 캘리포니아 산타 쿠르즈 내추럴 브릿지(Santa Cruz, Natural Bridge Park) 공원의 숲속으로 날라오는 모나크 나비들. 그 작은 몸으로 캐나다에서 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날개 짓을 하며 하루에 60-100마일을 날아 이 곳 산타 크루즈나 멕시코의 안간구로 날라가서 겨울을 난 후, 3월이면 다시 돌아간다. 나비들이 그 긴 여정 후 겨울 종착지에 도착을 하면 높고 커다란 유화나무인 유클립투스(Euclyptus Tree) 나무에 포도송이나 벌집 모양처럼 모여서 매달려 지낸다. 그것은 서로 모여 있음으로 해서 짝을 찾기도 쉽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추위에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 수단이라고 한다. 기온이 55도 이하로 떨어지면 그들은 높은 나무에서 추락하여 쥐나 두더지들의 먹이 감으로 그들의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알을 낳고 애벌레가 되고 고치가 된 후 드디어 나비가 되는 과정도 신기하지만 3-4세대를 거친 후 다시 그들의 조상 땅으로 정확하게 찾아 갈 수 있는 대 이동은 신비로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들의 인자속에 박혀있는 DNA나 무슨 자장 (磁場)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지만 여전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이번에 나는 이곳을 오면서 여러 번 와 본 곳이기에 시끄럽게 길의 방향을 말해주는 내비게이션을 꺼 버린채 달렸다가 몇 번이나 길을 놓치곤 했다. 장장 2500마일 이상을 일 온스도 안 되는 몸으로 자식 세대까지 이어진 나비들의 대 장정의 마이그레이션 앞에서 허둥대며 길을 잃어가며 찾아온 내 모습이 조금은 우습고 부끄러웠다.
올해는 약 만 마리가 날라왔다는데 모양없고 키만 큰 유클립투스 나무를 잡목으로 베어내곤 하는 현실 때문인지 아니면 지구의 이상 기온 때문인지 점점 모나크 나비의 숫자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러다가 다음 세대쯤에서는 우리가 공룡이야기를 하듯이 “옛날에는 옛날에는 말이야, 겨우 손가락 만한 나비들이 수 대를 거친 후 몇 천 마일을 날아서 조상이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던 그런 나비들이 있었단다” 라고 전설처럼 말하는 시대가 될 까 걱정스럽다. 그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 가 말이다. 이 지구상에서 이미 사라진 수많은 동식물들, 그중에서 <공룡>, <맘모스 코끼리>, <푸른 영양>,<일본 늑대>, <바다 밍크>등 단 한번도 본 적도 없는 것들 속에 모나크 나비가 포함되어 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닷가에 들렸다. 안개 속에 우뚝 솟아 있는 피죤(Pigeon) 등대 주위로는 펠리칸들이 떼를 지어 나르고 있었고 바다에는 장엄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