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송용자 ㅣ 때로는 꽃을 보는 마음으로

2011-11-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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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잊지 않기 위하여 쓰기 시작한 비방록, 그러다 의문이 생겼다. 남들도 나처럼 기록을 통해서 자신있는 하루가 이루어질까? 그 뒤에 슬그머니 뒤따르는 치매에 대한 공포감. 치매 예방책을 찾아 이리 저리 뒤적이다 몇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자며 꼭꼭 숨겨논 물건이 죽어도 나타나 주지를 않을 때는 망연자실이다. 치매는 화투를 많이 쳐도 예방의 한 방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놀아 줄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재미없는 놀음이라 나에겐 해당이 안된다.

그러나 Mr. P의 이야기처럼 낄낄대는 일과 접하다 보면 치매라는 놈이 얼씬도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질 때도 있다. Mr. P는 Las Vegas에서 작은 상점을 경영하고 있다. 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머리 속은 복잡하고 몸 전체는 곤죽덩어리다. 일이 끝날 즈음엔 머리속엔 ‘어서 집에 가서 푹 좀 쉬자’로 가득찬다고 한다. 문을 잠그고 서둘러 액셀레이터를 밟고 하이웨이를 들어서면서 생겨나는 “불안감”이 기운을 쏙 빼놓는단다. ‘내가 가게 문을 잠그고 왔나?’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결국은 차바퀴를 되돌려 가면 문은 꼭꼭 잠겨 있단다. 내일은 결코 이 짓은 안할 거야를 연발했지만 며칠 못 가서 또 나타나는 불안감을 위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단다.

자물통을 채우고 나서 “문 잠궜다”를 큰 소리로 외쳐 자기 귓속에 소리를 남겨놓으니 며칠은 크게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몇번 후에 또 생겨나는 불안감, ‘내가 문을 잠궜나’를 외쳤나? 안 외쳤나? 하는 수 없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poor Mr. P 결국엔 또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가게 앞에 톱니 가루를 구해 놓고 팔뚝을 쓰윽 문지르고 나면 팔뚝에 묻은 톱니 가루가 확실히 불안감을 쫓아 주니 행복하단다. 이런 저런 발상이 계속적으로 생겨나는 것을 보니Mr. P에겐 치매 증세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아이디어가 영원히 불안감을 물리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계 같은 일상에 갇혀 사는 우리, 때로는 세월이 수년씩 한꺼번에 흘러가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우리 의식 속에 꿈쩍않고 자리잡혀 가는 상실의 시간에서 벗어나 꽃을 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남은 오랜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답이 나올 것도 같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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