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나는 서툴지만 애들은 한국말 잘했으면…”

2011-11-07 (월)
크게 작게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국말로 대화하고 싶어 해요” 한국어를 아예 못 하거나 한국어에 서툰 2세 한인부모들이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에 열의를 보이는 등 한국어에 대한 한인 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주말 한국학교에는 영어만 쓰거나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 2세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빠·엄마는 서툴지만
한국어가 어눌한 2세 부모들은 자신들의 어릴 적 경험을 곱씹으며 한국어 교육을 강조한다.
이들 2세 부모들은 하나 같이 “어린 시절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후회 된다”며 “자녀들만은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말’을 제대로 못배운 것에 대한 후회를 갖고 있다는 것.
매주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딸(8)을 깨워 한국학교로 향하는 한인 2세 부모 애쉴리 김 (35)씨는 “아이가 한국문화를 익히고 한국말을 해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다.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뿌리는 한국인이다. 딸이 커서 자신이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당당한 정체성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통합한국학교 메릴랜드 캠퍼스 재학생 중 20여명은 부모가 한국말에 서툰 한인 1.5세-2세 부모인 학생들이다.
메릴랜드 온리 소재 성 김안드레아 한국학교에도 이번 학기에 한인 2세 학부모들의 손을 잡고 오는 어린이들이 30여명으로 늘었다.
통합한국학교(MD) 추성희 교장은 “이번 학기에는 예전과 달리 1.5세와 2세 학부모, 또는 부모 중 한쪽이 타인종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등록, 국제반을 열었다”며 “한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성 김안드레아 한국학교 최규용 교장은 “2세 부모들은 자신들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어 놓쳤지만 자신의 자녀들은 한국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 “한인 3세 유치부 어린이들을 위한 남해반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2세 부모들의 열성, 한국어 교육에 큰 힘
2세 한인부모들의 자녀 한국어 가르치기 열기는 영어권 한국어 교육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영어로 대화를 하지만 자녀들이 제대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매 주말 아침마다 한국학교에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에 대학에 입학한 큰 아들에 이어 고교생 작은 아들과 초등학생 막내딸을 통합한국학교에 보내고 있는 1.5세 양윤정 변호사(통합한국학교MD 학부모회장)는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국말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얼마 전 일요일에는 교회에 같이 간 막내딸이 떠듬떠듬 주보를 읽어 내려가 모두 놀라기도 했다”라며 “한국말과 문화를 알아야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