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효순 ㅣ 아빠와 아이

2011-09-2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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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끈 타탕…..
‘읍쓰. 차 안테나를 내리지 않고 들어 왔구나.’ 국경일이 낀 주말 집을 향했다. 새벽에 출발하여 6시간 운전이었다. 보나마나 더럽혀진 차를 아빠는 힘들게 씻으실 것이 뻔했다. 그런 아빠를 위해서 집 가까운 자동세차장에 들어 왔는데 그 동안 친구 해 준 라디오를 끄지 않고 들어 왔으니 세차기계에 의하여 안테나가 망가지는 소리였다. 망가진 안테나의 터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운전하는 무겁던 마음도 잠시 집이 보이는 골목에 들어서자 어느 때처럼 마음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빵~빵~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을 보내자 온 가족들이 뛰어나왔다. 차부터 살피는 아빠에게 부러진 안테나를 숨길 수 없었다.

여기 저기 차 부속상회에 전화를 해 봤으나 주문하고 일주일을 기다리라는 같은 대답이었다. 아빠는 이튿날 일찍이 아이의 방문을 열어 봤다. 넓은 하늘을 날다가 보금자리 찾아 든 새처럼 평안한 모습으로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본 그는 ‘라디오 소리 없이 먼 길을 운전시킬 수 없지.’하며 모자를 챙겨 쓰고 폐차장으로 향했다.


당도한 그 곳은 넓은 정도가 광활한 사막 같았다. 한 손에 연장 봉지를 든 동양남자 한 사람이 모자를 고쳐 써가며 폐차들을 살피고 있었다. 정오를 훨씬 지난 따가운 햇볕은 머리며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 비쳤고 널려져 있는 차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열기는 숨을 헉헉 막히게 했지만 눈동자는 쉬지 않고 안테나를 찾아 헤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친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원하던 물건을 찾은 까닭이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안테나를 떼어냈고 출입구에 있는 계산대로 가는 발걸음은 뙤약볕에서 몇 시간을 보냈으리라고 아무도 짐작하지 못 할 나비 걸음이었다.
아이가 떠난 후 아빠는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한 여름인데도 두꺼운 이불을 덮고 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다. ‘벌써 늙었나? 그깟 일로 몸살이 나다니!’하며 세차보다 몇 배의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가끔 입술 사이로 퍼져 나오는 행복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기특한 녀석! 애비 생각하고 집에 다 와서 세차하러 갔다지 않는가!’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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