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민진 ㅣ 다름
2011-09-15 (목) 12:00:00
내가 사는 곳인 버클리는 자유분방함과 다양성으로 따지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교문 앞에서 스파이더맨 분장을 하고 거미춤을 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막대 두 개를 머리에 꽂고 외계인과 통신 중이라며 자기 나름의 이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독특한 사람들보다 더 신기한 것은 이들 주위에 모여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버클리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문화차이 중 하나는 이곳의 사람들은 한국인들에 비해“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대학교 정문 앞에서 누군가가 외계인과 통신 중이라며 자신의 이론을 들어보라 한다면 과연 길을 멈춰 서서 그의 이야기를 경청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곳 버클리 사람들의 “다름”에 대한 개방적 태도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일 것이다. 버클리에는 DSP라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장애학생들도 일반 학생들과 같은 모든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일례로 내가 현재 수강중인 스페인어 수업에는 David이라는 장애학생이 한 명 있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그를 배려해 교실에는 노란선으로 그의 휠체어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표시되어 있다. David과 함께 한 달여간 수업을 해오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 동안 내가 한국에서 만나보았던 장애인들과는 달리 David은 매우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친 다는 것이었다.
그는 항상 느리지만 힘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그가 아무리 천천히 대답을 해도 반 학생들과 선생님 중 어느 누구도 답답해하거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매우 색다르게 다가왔다.무엇보다 그가 농담을 던질 때면 다들 의무감에서 웃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웃어 줘서 보기가 좋다. 이러한 사람들의 태도가 David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거름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이 흔치 않다. 그러나 이는 결코 장애인의 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직 미비해 이동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자신을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의 눈초리가 싫어서 외출을 삼간다고 한다. 우리도 “다름”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