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유영경 ㅣ 많이 바빠요?

2011-09-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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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준비를 위해 화장을 할 때,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때나 설거지를 할 때도 랩탑이 옆에 없으면 불안하다. 아이 바짓단을 줄일 때도, 빨래를 개면서도 그냥 그것만 하고 있으면 시간이 아까운 것 같다.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나는 하루를 참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많이 바쁘죠?”
인사처럼 건네는 말인데, 며칠 전에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의 그 질문에 ‘내가 정말 많이 바쁜가?’ 하고 나에게 되물어 본 적이 있다. 가정이나 일터에서 누구에게나 있는 일들이라 뭐가 그리 특별할 것이 있을까 싶은데, 나는 늘 분주하다. 몸보다 마음이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 범하는 실수가 참 많다.

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할 때라도 옆에 와서 아이가 투정 섞인 말투로 이야기 하면 그 아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했다. 채소를 다듬으며 그냥 대답만 할 것이 아니라, 바쁜 손을 잠깐 멈추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투정 뒤에 숨긴 아이의 필요를 챙겨봐 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나는 그러질 못 했다.


어제는 한참 이메일을 쓰고 있을 때 남편이 말을 건네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필요한 부분에 대답도 해 가면서 나는 이메일 쓰기를 계속하고 있었나 보다. “많이 바빠요? 그럼 바쁜 일 먼저 해요.” 하며 자리를 비켜주는 남편의 배려에 나는 또 ‘아차’ 했던 것이다. 얼마 걸리지도 않을 시간을 가족을 위해 온전히 나누지를 못하는 나의 부족한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되었던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정말 단순하고 쉬운 일인 것 같은데, 생활에서 실천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도 바꾸고 싶은 나의 나쁜 습관,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꼭 실천하고 싶은 일, ‘가족들의 말에 집중하기’이다. 시간은 만들면 만들어진다는 안철수 교수의 말씀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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