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민진 ㅣ 꿈이 있나요?
2011-09-08 (목) 12:00:00
대학에 입학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주로 서로의 전공과목을 물어보고는 한다. 하지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 있는가? 놀랍게도 내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막연히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끝마치고 나면 그 분야의 관련 직종에 취직하게 되겠지?”라는 대답뿐이었다. “무엇이 하고 싶어”보다는 “아마 무엇을 하게 될 거야” 종류의 대답들 말이다.
내 꿈은 무엇일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꿈은 요술쟁이였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미스코리아, 고학년 때는 아나운서, 중학교 입학 후에는 외교관이었다. 외교관의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나는 그저 외교관이 비행기를 타고 국내외를 자주 이동한다는 사실에 반했던 것 같다. UN에서 일하는 꿈도 잠시 가진 적이 있는데, 고등학교 입학 후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매우 많은 것을 보고 곧바로 꿈을 접은 아픈 기억도 있다. 그 후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과연 구체적인 꿈을 갖는 것이 좋을까? 어떤 사람은 구체적으로 꿈을 설계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미래 가능성의 폭을 스스로 제한하게 될 까봐 꿈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꿈이 없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기대가 없으면 그만큼 실망도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열정을 갖고 일했을 때의 성과와 그저 해야 하니까 열심히 일했을 때의 성과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설사 성과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라도,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와 일을 마친 후의 성취감에서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꿈이 없다는 것은 삶의 중심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저 멀리 깃발을 꽂아놓고 그 곳을 향해 간다면, 때론 직행도로에서 벗어나 울퉁불퉁한 길을 걷게 될지라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기에 언젠가는 다시 그 깃발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깃발이 없는 사람은 하루하루 자신 앞에 닥친 현실을 살아가다 혹시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길에 들어서게 되면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당황하게 될 것이다. 길을 잃어 울며 헤매는 꼬마보다는 조금 힘든 길을 걷더라도 눈앞에 놓인 도착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여행자가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