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유영경 ㅣ 한국어반 학생들

2011-09-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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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잠에서 깨어 습관처럼 시원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그리고 물 한 잔을 더 가져다 거실 한쪽에 놓인 화분에 물을 준다. 화초를 키우는 일에 별 취미가 없는 나지만, 빨간 꽃을 피운 이름 모를 이 화초에는 요 이삼 주 동안 제법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쯤 여름 학기가 끝나던 날, 우리 반 학생 미경 씨와 정음 씨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이 화분을 내게 건네주었다.

미경 씨는 일본 사람이며, 자신의 일본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미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된 학생이다. 한국 드라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미경 씨는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좋아하는 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어서라고 했다. 수업에서 무엇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말을 배우고 나서, 드라마 <대물>의 하도야 검사 권상우와 강태산 의원인 차인표를 비교하는 ‘쓰기’ 숙제를 해 와서 나를 적잖이 놀라게도 했다. “요즘 일본에서는 장근석이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라며, 쉰이 넘은 나이에도 소녀 같은 미소를 짓는 미경 씨를 보면 한국 드라마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느껴진다.

정음 씨는 중국 사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황정음의 열렬한 팬이라서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정음 씨는 한국을 무척 좋아해서 지난 봄 휴가에 한국 여행도 다녀오고, 여행 사진을 반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한국의 볼거리와 먹거리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기도 했다. 사람의 성격과 외모를 표현하는 공부를 하고 나서, 학기말 발표 시간에 한국 오락 프로그램인 <런닝맨>에 나오는 멤버 7명의 외모와 성격을 재미있게 소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제 곧 가을 학기가 시작된다. 교재와 수업 자료들을 챙겨 놓고, 학기 계획서도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업 시간에 사용할 만한 장면을 고르는 작업도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이 되었다. 이번 학기에는 또 어떤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IIC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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