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에 이메일 주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굳이 아날로그 시대를 고집하며 인더넷 서핑 하기를 거부하고 절대로 이메일을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제 이메일은 웹 시대에 의사 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하였다.
과거에는 며칠만 열어보지 않으면 이메일이 넘쳐나 때로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머리에 쥐가 날 정도 였으나, 요즈음은 수상한 정체불명의 이메일이나 스팸이 들어오면 아예 읽지 않고 간단히 스마트폰을 써서 지워버린다.
현대의 컴퓨터 문명은 약간 공포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서, 관리를 소홀히 할 때는 그것에 의해 나의 삶이 짓눌리어 헤어나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필요 없는 이메일은 삭제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다양한 메일 주소를 사용하여 이메일 문화를 즐기려하나, 스마트폰을 사용치 않으면 방해를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메일이 비록 당사자끼리 주고 받는 것이라 하지만, 해킹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난 후 비밀스러운 이야기 혹은 사적이며 특히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메일로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어떤 사적인 이야기를 꼭 만나서 해야 한다면서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내 왔는데 기분이 묘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초고속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약속한 날짜까지 기다렸다가GPS를 사용해서 달려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은 말과 달라서 기록에 남는다. 그래서 이메일이 아무리 개인적인 통신 수단이라고 하지만 서로간에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잘못 쓰다보면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급속도 텍스트 보내기를 자제하고 약속된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의 지인이 몇 년 전에, 한 개인을 질타하는 내용을 서로 주고 받았다가 검색기록으로 남아, 서로 간에 법정 소송까지 갈 뻔 했고 협상 과정에서 겪은 고통으로, 탈모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상기했다.
또 회사에서 간혹 회사원이 이메일을 포워딩 하면서 그 전에 주고 받았던 다른 사람들의 내용까지 전부 보내버려, 받는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사람들과의 이메일 내용까지도 고스란히 읽게 되면서, 곤혹을 치루었던 일도 기억해 냈다. 그래서 나는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아나로그 시대를 겸용하는 것도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간단하게 이메일로 주고 받는 것보다는,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정감있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따근한 커피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부드러운 크로상이 있는 만남은,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아날로그 시대의 따스한 감성을 살리는, 그녀와의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