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효순 ㅣ 눈물 이야기 하나

2011-08-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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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로롱. 쪼로롱....’창 밖에서는 새가 맑은 소리로 분주한 미세스 리를 응원했다.

우연히 알아낸 박 여사님의 생일인 것이었다. 특별 휴가를 낸 여유로운 시간이 서툰 요리 솜씨에 자신감을 갖게 했다. 단출한 가족, 자신의 생일이라고 손수 미역국이나 끓여 드실까? 열심히 사시느라 기억도 못하실 것 같아서 자신이 직접 나섰다.

이따금 들리는 가게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박 여사는 멀리 계시는 자신의 어머니 같기만 했다. 힘들게 사시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렸다.


살림을 시작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몇 십 년씩 경험이 있는 베테랑 살림꾼들의 식사를 준비 한다는 것이 여간 용기가 필요 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히 좋아 하신다는 콩나물을 씻어 너무 삶아지지도, 설익지도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토브에 올렸다. 쇠고기를 알맞게 썰어 볶은 후 물을 넣어 끓이다가 손질해 놓은 미역을 넣고 한참을 끊였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과 정성과 기쁨의 조미료를 넣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는 격려 같았다. 마늘을 넣고 국 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맛을 봤다. 송글송글 땀 맺힌 미세스 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쟁반 위에 상을 차렸다. 밥 두 공기, 국 두 그릇 그리고 올망졸망 반찬들이 올라갔다. 단단히 뚜껑을 덮었지만 국물이 쏟아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드디어 일을 하고 있는 박 여사님의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보였다. 예기치 않았던 미세스 리의 출연에 두 눈이 커졌다. 미세스 리의 생일 선물이 점심 같이 하는 것이라 특별히 틈을 낸 것을 알고는 기쁘게 마주 앉았다. 미역국을 뜨려고 숟가락을 잡은 손가락들이 유독 굵고 휘어져 있었다. 의지 할 곳도, 엄살 부릴 곳도 없는 이국에서 버텨온 흔적이었다.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 기여?” 목이 멘 소리였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를 훌쩍이며 차마 입으로 들어 올리지 못한 숟가락이 국그릇으로 다시 떨어졌다. 하얀 휴지를 잡은 박 여사님의 굽은 손가락은 눈에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마주 앉은 미세스 리도 어느새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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