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옥규 ㅣ 대륙횡단의 꿈

2011-08-19 (금) 12:00:00
크게 작게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는 소망이 하나 있다. 그것은 R.V.를 몰고 대륙횡단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관광회사의 맞춤형 여행에 합류하여 보았지만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고 번번이 수박 겉핥기식 관광이어서 제대로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시간과 노정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이 가자는 대로, 산천이 손짓하는 대로, 해와 달과 별들이 부르는 대로 주유하며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맘모스에서 문학캠프행사를 마치고 요세미티로 향하는 도중에 수많은 캠핑카를 보았다. 요세미티공원에 도착하니 자동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한쪽에는 R.V. 차량들이 가지런히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불현듯 한 사람이 생각났다. 골프장이 감싸 안고 있는 주택단지에서 보비(Bobby)라는 미국인과 이웃으로 살았었다. 그는 50대 중반에 조기 은퇴 하여 아침저녁으로 정원을 가꾸며 가끔 카트를 몰고 골프장을 찾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귀가하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집 앞에 세워둔 처음 보는 R.V.를 쓰다듬으며 오늘 구입했다고 자랑하며 입이 귀에 걸릴 만큼 좋아했다. 평소에 타고 다니는 승용차를 보면 낡고 검소한 소형차인데 신형 캠핑카를 구비하였으니 자랑할 만도 싶었다.

미 대륙을 와이프와 함께 횡단하는 것이 꿈이라던 그가 드디어 그 꿈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듯 가슴 설레어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 며칠 후 앞집을 바라보니 깨끗하게 다듬어진 한적한 정원에 바람만이 장미꽃을 희롱할 뿐 주인은 먼 여행을 떠난 듯 했다.

자연을 찾아 여행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자하는 사람이 어찌 보비뿐이랴.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은퇴 후에는 대륙횡단의 꿈을 실현한다 하지 않는가.


이십 여 년 전 아이들과 록키산맥 여행길에 줄지었던 캠핑카를 본 후부터 대륙횡단의 꿈을 키워왔다. 보비는 그 꿈을 위해 일찍 준비를 마친 사람이었고, 나는 아직도 준비가 채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꿈은 삶의 원동력이다. 삶의 의욕과 의지를 북돋고 유도하는 꿈이라는 촉매제가 없다면 인생살이가 너무 삭막하고 무력해지지 않을까.

머지않아 내 꿈이 성사되는 날, 첫 기착지로 요세미티에 들려 아름다운 호수와 길섶에 핀 꽃들에게 깊은 눈인사를 보내고 머나먼 대륙횡단의 대장정에 오르리라.

(수필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