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원두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향긋하게 풍기는 커피 향처럼 오늘의 일과가 상큼하기를 바라면서 커피 잔을 들고 창밖을 내다보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눈앞에 삶의 현실이 고개를 내민다.
고향에서는 어른들이 아침부터 빈속에 무슨 커피냐고 걱정하셨지만 눈치껏 설탕과 크림을 섞어 인스턴트커피를 즐겼다. 지금은 미국에 살다보니 기호까지 바뀌어 블랙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저녁식사 후 일몰풍광이 아름다운 바닷가 커피숍까지 산보를 나왔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으로 붉은 석양의 잔광이 실루엣 올실을 펴낼 즈음이면 사위로 서서히 잿빛 어스름이 젖어든다.
테라스 테이블 위로는 작은 보조 전등이 켜있고 밤바람은 차가운데 연인들은 민소매 차림으로 추운 줄 모르고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마음속에 사랑의 모닥불을 지폈는가, 이까짓 쯤이야 대수냐는 듯 젊음의 정열은 바닷바람을 덥힌다.
처음으로 이곳을 별 다방이라고 알려준 시인친구가 있다. 그녀는 어스름한 저녁녘에 바다를 찾아 시상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별 다방 시인이라고 부른다.
요즈음 들어 나도 글 맥이 막혀버리면 복잡한 일상사의 얽매임으로부터 해방된 이곳 자유공간에서 사유의 실마리를 찾아보곤 한다.
노트북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상으로 보아 커피숍은 이제 만남의 장소 뿐 만 아니라 독서와 사색, 그리고 창작의 공간이기도 하다.
수평선 너머 어둠 짙어가는 하늘 저 멀리 바닷새들이 점자(點字) 시(詩) 한 수를 지으며 고고(高古)히 날아간다.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감하고 귀소(歸巢)하는 듯싶다.
빈자리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손님들도 새들처럼 귀가한다. 돌아가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은 축복임에 틀림없다.
유수 같은 세월에 쉼표를 찍듯 잠시나마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이 시각이 풍요로운 마음을 준다. 별들이 깜박이며 밤 인사를 건넨다.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