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매일 수십 장의 새로운 사진들이 올라온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 친구인데 사진을 너무 자주 올려 마치 옆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까페, 음식점, 길거리, 심지어 도서관 등 어디를 가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종종 “남는건 사진!” 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워터월드의 유명한 샤무쇼를 보고 왔는데 사진 찍느라 바빠서 중요한 순간은 다 놓쳤다며 아쉬워하는 한 블로거의 글을 읽었다. 그 또한 “남는 건 사진” 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문득 어느새 앞뒤가 안 맞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는 주된 이유는 후에 사진을 보면서 그 때를 회상하고 기억하기 위함일 텐데 당시 사진 찍는 데에만 집중했던 사람에게 어떤 회상거리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진한 회상에는 단순히 풍경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순간의 냄새, 소리, 분위기 등 수많은 공감각적 요소가 필요할 텐데 카메라 렌즈 속 세상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 감각들을 온전히 담아낼 여유가 있을까. 혹시 어느새 우리는 감동의 순간을 가슴에 새겨 넣기보다는 ‘사진에 그려진 모습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에,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찍기에 더욱 열중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이번 주말 샌프란시스코 나들이에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을 생각이다. 눈 앞에 펼쳐질 크고 멋진 세상을, 내 감동을, 작고 네모난 렌즈 속에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감동의 순간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무수한 감각의 조각들로 내 머리 속 선명한 사진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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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Berkeley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진양은 지난해 미국에 온 신참이다. 그러나 미국온지 1년만에 벌써 옆 동네 맛집까지 다 꿰고 있을 정도로 적응을 잘하고 있는 그야말로 미국살이에 딱 맞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양은 혼자 여행 다니면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을 보니 혼자 떨어져 사는 미국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이양은 “제 일상을 글로 쓴다니 정말 설레요!”라며 여성의 창 필진이 된 것에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