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유영경 ㅣ 가제 손수건

2011-08-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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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반가운 이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여러 해 전 나에게서 한국어 수업을 받았던 학생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나에게 개인지도를 받고 싶다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나를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때였다. 그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따로 시간을 내어 나와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몇 달 후에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것과 의사인 남편의 근무지가 이곳 대학병원으로 변경되면서 뉴욕에서 이사 온 지 서너 달 되어간다는 것.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에 열심까지 더하여 이 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빠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었다.

가끔씩 수업에 이메일을 인쇄해 와서 어떤 내용인지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생후 10개월 무렵에 미네소타에 사는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이 학생은 나와 공부하고 있을 때 “1년전 낳아주신 한국 부모님을 찾았다”고 했다. 그 후로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었다. 자신이 아기를 가지면서 병원에 정기검진을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께서 임신을 하셨을 때 어땠는지 물으셨다고 했다.


임신중독 증상은 없으셨는지, 혈압은 괜찮으셨는지, 순산이셨는지, 난산이셨는지.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은데, 의사소통이 쉽지가 않은 듯 했다.

어느 날, 이 학생이 편지 한 통과 가제 손수건 100장 정도가 든 상자를 들고 왔다. 학생은 편지의 내용도 궁금했지만, 100장이나 되는 이 손수건을 왜 보내신 건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가정 형편상 6개월을 갓 넘긴 딸을 시설에 보내시면서 아기가 울며 놓지 않으려고 해서 깨끗하지 않던 손수건을 손에 쥐어 보내신 일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머니는 기억하고 계셨다. 그렇게도 바꿔주고 싶었던 깨끗한 손수건을, 곧 보게 될 손녀를 위해 손수 준비하셔서 보내온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전해들은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 아침 받은 이메일에 본인의 근황과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아직은 서툴지만 한국어로 쓴 이메일과 장난스러운 눈웃음이 닮은 사랑스러운 모녀의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 속에 따뜻함과 기쁨이 스며든다.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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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경씨는 10여 년 전에 결혼을 하면서 미국으로 왔다. 외국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재 IIC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자상한 남편과 5학년, 4학년 된 아들과 딸이 있다. 유씨는 가정과 일터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나누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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