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옥규 ㅣ 칠석날 소회(素懷)

2011-08-0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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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견우직녀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오는 칠월칠석이다.

서로가 연모하는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일 년에 한 차례 까막까치가 놓아 주는 오작교 위에서 재회한다는 날이다.
오매불망 그리던 임을 만나 상봉의 기쁨으로 흘리는 눈물과 또 한 해를 기다려야하는 아쉬운 석별의 눈물은 비가 되어 내린다는데 이때 사람들은 강우량에 따라 농사의 전망을 점쳤다고 한다.

음력 칠월 칠일이면 옛 어른들은 풍년과 자손의 명과 복을 발원하는 칠석고사를 지냈다. 주로 부녀자들이 행하는 의식으로 이날이면 우리 어머니도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대문 바깥에는 황토를 서너 무더기 돋아 놓으셨다.


집에 출입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마치 비접이라도 보내듯 달거리중인 언니가 있으면 이웃친척집으로 피신시키셨다. 부정 탈 소지가 있는 것들을 모두 치운 후에야 불린 쌀을 돌절구에 담아 몸소 공이로 찧고 토실한 팥을 골라 시루떡을 찌어내셨다.

목욕재계하고 깔끔하게 손질한 소의(素衣)로 차려입은 어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시루를 부뚜막에 올리고 정화수를 떠 고사를 시작하셨다. 사랑방에 계신 아버지는 헛기침을 삼가 하셨고 우리 형제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었다.

평소 어머니가 미인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 날만은 범접하기 어려운 묵언의 경건하고 성스러운 모습에 우리들은 모두 숨죽여가며 구경했었다.

어머니 홀로 치르시던 칠석날의 간절한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이 나이에 들어 회고해보니 가족의 안녕과 풍년뿐 만은 아니었으리라 싶다. 아마도 은하수 건너로 먼저 떠나보낸 큰아들의 명복도 아울러 빌었을 것이다. 그 애통하는 마음에 견우와 직녀처럼 단 하루만이라도 아들을 품고 싶은 어미의 애달픈 그리움이 있었을 게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찾아 가리키며 견우직녀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어머니는 꿈에도 잊지 못하던 아들을 만나 행복하시겠지만 나는 이날이 되면 더욱 어머니 그리는 마음에 소소(蕭蕭)한 바람이 인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가없고, 부모 여윈 자식의 어버이 생각도 끝이 없다.
머나먼 이국땅 밤하늘을 쳐다보며 잠 못 이루는데 별빛은 오늘도 무심하게 흐른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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