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문선희 ㅣ 감동적이었던 결혼식
2011-07-26 (화) 12:00:00
남편의 회사 동료가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를 했다. 남편보다 조금 나이가 적다고 하니 상당히 늦은 혼사였다. 결혼식 장소는 깊은 산속에 있는 아담한 교회였는데, 특이하게도 전면이 온통 유리로 된 교회였다. 본당에 앉아보니 레드우드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숲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눈부신 숲을 배경으로 서 있었던 신랑은 예쁘고 발랄한 신부를 맞아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려 있었고, 신부도 행복한 표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결혼식은 우아하게 진행되었고, 축가가 불려질 순서에 이르렀다. 그런데 축가를 부를 사람은 다름 아닌 신랑의 아버님이었다. 막내 아들을 늦게 장가 보내시면서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우셨는지 그 아버님이 몸소 축가를 담당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느리게 일어서시는 모습이 얼핏 보기에도 몸이 불편하신 것으로 보였다. 이분은 한국 전쟁에 참가하셨었고, 그 때문에 시력을 잃게 되셨다고 남편이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흔히 불리워지는 노래가 아닌, 주기도문에 멜로디를 붙인 장엄한 곡이 시작되었다.
눈이 안보이시고, 몸이 불편하신 노신사는 조금 떨고 계셨지만 그분이 부르시는 주기도문은 우렁차게 온 교회당에 울려퍼졌다. 어떤 젊은 이의 성량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신 그 노래는 영광스럽고 또 감동적이었다. 한국 전쟁으로 시력을 잃으셨다는 말을 듣고 착찹했던 마음의 무거움이 그분의 노래로 인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영광스러운 삶을 살아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미있었던 피로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화제는 단연 그 아버님께서 부르신 축가였다. 그분의 노래는 나 못지 않게 남편에게도 감동을 준 모양이었다. 남편은 뒤에 탄 딸내미에게 “나중에 아빠도 니네 결혼식에서 축가 불러줄께.”라고 다정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딸내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지마.”한다. 왜냐고 물으니까 아빠는 노래를 못하기 때문이란다. 남편도 뒤지지 않고 연습하면 된다고 응수한다. 꽤나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숫기가 없는 남편이 굳이 사람들 앞에서 축가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감동적이었던 결혼식에 초대해 준 로우즈 씨 부부의 행복을 기원한다.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