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문선희 ㅣ 진화론과 가치관

2011-07-1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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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왔을 때 생소했던 것 중의 하나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물고기 모양의 차 장식품이었다. 왜냐햐면 그 물고기는 한국에서처럼 Jesus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Darwin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게다가 다리가 네개 달린 물고기였기 때문이었다.

다윈은 진화론의 창시자이고, 진화론은 19세기 초 생물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답하고자 다윈이 주장했던 이론이다. 그런데 하나의 과학 이론이었던 진화론은 처음부터 그저 과학적 이론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창조론과 대립 구도를 이루면서 사회 전반에 결쳐 영향력을 끼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다리가 네개 달린 물고기에 새겨진 다윈은 기독교의 예수와 대결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연 이것이 다윈이 의도했던 바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그의 이론이 끼친 영향력은 하나의 과학이론의 범주를 넘어서 버렸다.

그리고 생물학적 진화론에서 모티브를 얻어 인간 사회에까지 적용되는 이론으로 발전된 것이 바로 사회적 진화론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진화론을 주장하는데 있어서는 두개의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바로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설이다. 즉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고, 쓸모없는 것은 자연히 없어져 버린다는 논리이다. 사회적 진화론을 통해 이 논리는 자연스럽게 인간 사회에 적용되었고, 하나의 가치관이 되어 버렸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은 정당화되고, 그런 사회 안에서 약자는 쓸모없는 자가 되어 존재의 이유가 없어져 버린다. 사회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자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몇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 뉴스에 더해 최근에는 일반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 뉴스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또한 자살하는 아이들 때문에 학부모들이 보초를 서는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존감 상실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러한 일들은 바로 진화론이 제공하는 가치관에 휩쓸려 버린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다윈이 새겨진 네발 달린 물고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가치관을 선전하고 다니는 것인 줄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이러한 무서운 힘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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