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옥규 ㅣ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2011-07-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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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독립기념일에 축구장을 찾았다. 작년도 MLS 우승팀인 시애틀과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갤럭시 팀의 경기가 있었다. 갤럭시 팀에는 주장을 맡고 있는 도너반과 젊은이들의 우상인 베컴이 소속되어있다.

축구경기는 한 팀에 11명의 주전선수가 출전한다. 부상선수가 발생하거나 작전상 필요할 때 세 명까지 선수교체가 가능하다. 양 팀의 교체대기선수 여섯 명이 경기 내내 그라운드 밖에서 언제 호명할지도 모르는 출전명령을 기다리며 고독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기에서 양 팀 모두 두 명씩 선수교체가 있었으니 결국 두 명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몸만 풀다 경기가 끝났다.

평소에 연습벌레로 소문난 도너반은 전후방 공격과 수비라인을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그는 지난 월드컵축구 16강전에서 후반종료 3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터트려 미국을 8강에 진입시키며 일약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
누구라도 처음부터 영웅으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각고의 노력으로 준비한 자 만이 가능한 칭호일 것이다. 교체선수로 출전했다가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승격된 선수가 허다하지 않은가.
경기가 끝난 후 스타디움에 남은 축구팬들은 독립 235주년을 경축하는 불꽃놀이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U. S. A.”를 연호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도 구장 어디에선가 찬란한 불꽃을 바라보며 주전선수로 선발될 날을 염원하지 않았을까.

오늘 독일서 있었던 미국과 브라질의 여자월드컵축구 쿼터파이널에서 미국 팀이 연장전 게임종료 8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선방으로 난적 브라질을 누르고 쾌승을 거뒀다.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미국에 새로운 두 여자 축구영웅이 탄생되었다.
부단한 연구와 실전과 다름없는 연습을 반복하는 팀에게 골문은 결코 철옹성일 수 없다.
축구뿐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미래의 주역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보무당당하게 개선문을 통과하는 영광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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