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캄보디아 마을에 피아노 생겼다

2011-07-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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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미주방송’, 캠페인 통해 2,000달러 모금

최근 캄보디아 메콩강 오지의 한 마을에 경사가 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아노가 마침내 들어온 것이다. 비록 1991년에 제작된 2,000달러짜리 중고품이었지만 마을 교회와 주민들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그것도 저 멀리 지구 반대쪽 워싱턴의 한인들이 후원해 마련된 피아노여서 감동은 더욱 진하다.
20대의 김연희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이 마을에 피아노가 생기게 된 사연은 이렇다. 워싱턴지역 라디오 ‘미주방송‘의 박용찬 사장과 인연을 맺고 있던 김 선교사가 몇 달 전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피아노가 너무 낡아 더 이상 칠 수 없게 됐고 반주를 하던 소녀가 너무 슬퍼한다는 내용이었다. 교회도 찬양을 하려면 피아노가 필요한 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는 호소였다.
과거에도 김 선교사를 도운 적이 있었던 박 사장은 방송으로 후원자를 찾았고 본보도 관련 기사(4월13일자)를 냈다. 이후 성금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졌다. 박 사장은 “피아노를 직접 사서 전달할 생각도 했지만 운송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며 “이달 초 2,000달러를 보냈는데 그 돈으로 산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가 박 사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 의하면 갈색의 삼익 피아노의 정확한 가격은 2,200달러. 200달러는 김 선교사가 푼푼이 모아둔 돈으로 보탰고 운반은 악기점에서 무료로 해줬다.
김 선교사는 “트럭이 마을에 들어설 때 주민들이 신기해 입을 다물지 못했고 교회의 아이들은 폴짝폴짝 뛰며 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가볍지 않은 피아노를 청년들은 너끈히 운반했고 피아노가 들어오니 예배당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보였다는 김 선교사의 말.
캄보디아 빈민들에게 워싱턴 한인들이 선물한 피아노는 예배는 물론 앞으로 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이 없어 음악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도구로 사용되고 피아노 반주자도 훈련시킬 예정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피아노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던 소녀의 간절한 기도는 이렇게 워싱턴 천사들의 도움으로 응답됐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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