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조옥규 ㅣ 아날로그세대의 꿈

2011-07-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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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햇살이 포도송이에 매달려 있다.

단 냄새가 풍길 것 같은 포도밭이랑에서 손자 녀석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본다. 둘째딸이 아이와 더불어 이 더운 날 포도밭에 갔나보다.
어느새 어미 손에서 벗어나 혼자 뛰노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더위에 몸조심하라는 문자답신을 띄우고 돋보기안경을 벗는다.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모임이 있다. 출가했거나 분가한 자식들과 손자의 재롱이 기다려지는 자리이기도 하고 내게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한 가지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식사 후 분위기를 보아가며 어느 자식에게 물어볼까 기회를 엿본다. 자식들이니 당당하게 가르쳐 달라 요구해도 될 성싶지만 왠지 떳떳치 못하다. 이미 배운 것을 숙지하지 못하고 또 물어보려니 눈치가 보이며 때로는 자존심도 상한다.


몇 번을 가르쳐주어야 하느냐고 통박을 주는 딸에게 “나도 너에게 덧셈, 뺄셈 가르칠 때에 골백번도 더 말했거든.”하며 퉁명스럽게 반박했다.
요즘 디지털세대는 자연과 어울려 살던 아날로그세대의 그 소박한 정서를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 치부하며 스마트폰 안에 펼쳐지는 세상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문자전송 대신 펜으로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을, 형제들과 줄넘기나 공기놀이를 할 때 시원하게 불어주던 바람이 얼마나 향기로웠는지를 저들은 알지 못할게다.

스마트폰에 너무 탐닉하여 연인이나 친구뿐 아니라 식구끼리도 대화가 단절된다. 우리 자식들도 필요한 정보를 입력해 놓고 잠시라도 없으면 못 살 것 같이 애지중지 한다.

얼마 전 친구가 내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인간승리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젊은이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는 핸드폰전송방법이 우리세대에게는 얼마나 난제였는지 잘 알기에 공감이 갔다. 눈만 뜨면 신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니 아날로그세대는 디지털시대에 합류하기가 숨 가쁘다.

그러나 어찌하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식들과도 교감지정을 나누려고 굳어가는 머리를 혹사한다. 문명의 미숙아가 되지 않으려고 아날로그세대인 나도 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발전하는 첨단과학 중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바로 아이티(IT)산업이라는데 어디까지 발전하려는지 궁금하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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