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해운 ㅣ 닮고 싶은 시어머님
2011-07-06 (수) 12:00:00
이번 토요일 팔순을 맞으시는 시어머님과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흥분이 되어선지 출발해서 도착하기까지12시간을 꼬박 뜬눈으로 새었다.
내가 결혼 당시 오십을 갓 넘기셨으니 어머님과 함께 한 시간들은 결혼 전까지 친정엄마와 보낸 시간과 맞먹는다. 이제는 시어머님이라기 보다는 그냥 엄마다. 가끔은 어리광도 부려보고 어머님 곁에 누워 찌찌도 만지고, 두 손 꼭 잡고 옛날 이야기도 하고, 아버님, 남편 흉을 같이 보며 맞장구도 치며 함께 큰 소리로 웃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갓 결혼해 철이 없던 나를 어머님은 나무라시기 보다는 항상 사랑으로 칭찬으로 감싸주셨다. 항상 당신을 낮추시고 며느리를 나무라시기 보다는 매번 당신 자식의 허물을 탓하셨다. 참으로 현명하시지 않은가? 현모양처의 표본이시다. 곁에서 볼라치면 완벽에 가까우신 아버님을 존경하는 한편 때론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며 말없이 따르신다. 당신의 힘듦보다는 주변의 힘듦을 더 아파하신다. 일상 생활 속에서 나눔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신다. 대상은 내 가족만이 아닌 친척, 이웃까지다.
한번은 친정엄마가 수술 받으시고 퇴원하시는데 “혼자 계시게 할 수 없다”시면서 시댁으로 모시고 와서 회복되시도록 보살펴 드렸다. 사돈간에 가당 키나 한 일인가? 친정엄마는 지나칠 정도로 청강스러우셨다. 결혼 초 명절이면 서울에서 기차로 부산을 가곤 했는데 부산역에서 동래 시댁 가는 길에 친정 집을 지나치게 되는데 그쪽 방향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말라고 하실 정도이셨다. 그런 친정엄마께서도 가족이 다 떠나고 혼자 외롭게 지내시다 언제부터인가 시어머님을 진정 친동생처럼 의지하셨다. 그런 어머님이시다!
금새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촉촉한 눈망울을 가지신 어머님은 연세가 드시면서 보다 아름다워지시는 것 같다. 요즈음은 외증손자까지 보시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시지 않으신다. 어머님! 당신은 이제 모든 걱정이랑 벗어 버리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시면 되세요.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기 만한 저이지만 어머님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쉽지마는 않은 삶이셨겠지만 너무나 대단하세요.
회혼을 넘어 백년해로하시는 아버님과 어머님! 두 분이 걸어온 길을 본받아 두 분의 삶을 닮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께요. 오래오래 두 분이 함께 건강하시길 염원합니다.
(의료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