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강정은 ㅣ 고집

2011-07-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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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최라고 하던데, 우리 부부의 성이 둘다 이 안에 포함이 된다.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난다는 최씨가 나이고, 남편의 강씨 성격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더라. 대부분 부부싸움이 서로의 주장을 고집하는 싸움이다 보니 그렇게 본다면 우리집 부부싸움은 대폭격이 오가는 전쟁터나, 견딜 수 없는 최강 냉전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서로의 고집의 수준을 결혼생활 속에서 파악하며 살다보니 이제는 한판 붙는 상황보다는 충돌이 일어날 상황을 잘 대처하게 되는 전술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고집이 안세다는건 아니다. 늘 서로의 고집불통을 보며 속아서 결혼했다느니, 내가 너무 어려서 모르고 결혼했다느니 하며 놀리지만 그 여유로운 농담 뒤에 분명 많은 속쓰림과 인내의 고통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우리의 고집이 단지 가정안에서만 부딪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남편이 곧 잘 하는 말이 있다. 바깥에서 같은 강씨를 보면 은근히 피한다고 우스겟 소리를 한다. 서로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그런 고집을 가정에서가 아닌 사회에서 보게 되었다. 어릴 때는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 덩어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폭탄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숙련되어지고 길들여지고 있는 말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허무함과 공허함, 인생의 잦은 굴곡들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길들여진 데로 잘 지탱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그 고집이었던 것 같다. 고집이 안좋은 성질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나의 갈길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해 주는 좋은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하루는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오가는 의견 속에 코너에 혼자 몰리는 남편을 본 적이 있었다.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가 결정한 길을 고집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용기가 없어 포기하기 적당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분주하여 흩어져야 한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간단하고 단호하게 흔들림없이 불안함 없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갈길을 계속 갈 것을 포고하는 그의 모습을 봤다.
좋은 게 좋다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묻어가는 길보다는 처음에 신중하게 결심했던 그 외길을 주저함 없이 택하는 남편을 보며 한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최강의 냉전으로 바빠 깨닫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니 우리는 같은 길을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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