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문선희 ㅣ 박태환 선수와 미국에서 아이 키우기

2011-06-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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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아이들과 한국을 어떻게 연결시켜주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묻곤했다. “엄마, 우리는 미국 사람이야, 한국사람이야?” 그러면서 “절반은 미국사람이고, 절반은 한국 사람이지?”라고 자기네들끼리 대답했었다.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국적으로는 온전히 미국 사람이고, 인종적으로는 온전히 한국 사람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렇듯 나는 우리 아이들이 좋은 것들을 두배로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두 나라를 모두 사랑하며, 또한 두 나라에서 모두 사랑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현해탄이 자신의 조국이라고 했던 어느 재일교포의 비애를 우리 아이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던 차에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난 주 산타 클라라에 박태환 선수가 왔었다. 이 작은 경기장에 박태환이나 펠프스 같은 대 선수들이 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과연 그가 온단다. 내 생애 박태환 선수의 경기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기뻤다. 아이들도 좋아하리라 생각했다.


초만원인 경기장에서 드디어 박태환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같이 간 우리 엄마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저 조그만 목소리를 낼 뿐이었고, 거의 제 3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수준으로 밖에 안보였다. 이럴수가. ‘박태환 선수가 이 아이들에게는 나만큼의 감동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서글펐다. 나와 아이들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에도 경기가 있었으나 그날은 수영장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박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는 TV 채널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200 미터 시합에서 그가 이기자 기뻐하고, 뿌듯해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낯설어했던 박태환 선수에 대한 아이들의 감정이 오늘은 아주 달랐다.

한국과 관련해서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아이들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체적이면서도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박태환 선수가 이곳에 왔었던 것이 고맙고, 또 그의 경기를 보러 갔다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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