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강정은 ㅣ 방학

2011-06-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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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보니 아이들의 생활이 여유로와졌다. 너무 여유로워 방바닥을 굴러다닌다. 대학을 준비하는 나이가 아직 아니다 보니 굳이 학원을 보낼 욕심도 없고… 아이 말로는 방학은 쉬는 거라는데… 좀 너무 쉬는 경향이 보인다.

나의 어릴 적 첫 방학과제는 잘 짜여진 시간표였다. 일분의 짜투리도 없이 시간을 잘 나눠 계획을 세워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그 시간표를 벽에 붙여 놓고는 한 삼일은 열심히 지켰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추천을 해 주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부림을 친다. 이유는 예상 밖이었다. 만드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킬 것이 싫어서란다.

나 때와는 수준이 틀리다는 걸 알고 바로 포기했다. 그 방법이 어때서…그렇다고 달리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가만히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먼저 텔레비젼을 보다 심심해지면 컴퓨터를 한다. 그러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게임기로 움직인다. 그러다 다음 아이가 순서를 원하면 다시 텔레비젼으로 옮긴다. 선탠처럼 전자파탠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렇게 세 일과를 열심히 돌다보면 저녁에는 아이들의 머리가 열을 받아있음을 느낀다.


그러기를 여러날. 참다참다 때가 되었다싶어 공방전을 벌이기 위해 내가 본 물증들을 머리 속에 정리한 뒤 아이들을 모은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로 무조건 큰소리로 우기면 되는 우리 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면 속으로 긴장이 된다. 기선제압을 타당성 있게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짐하듯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두 눈은 아이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의 연설은 시작되었고, 듣는 아이들에게 그저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말을 될 수 있는 데로 줄여서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게으른 자와 게임의 중독의 심각성을 열심히 연설하며 동의를 얻는 순간이었다. 그때 눈치 없는 막내가 대범하게 한마디 던진다. ‘ 엄마도 맨날 컴퓨터 하잖아!...’ 물론 비교가 될 수 없는 양의 예 였지만, 왠지 맞는 말 같았다.

그순간부터 나는 말문이 막혀 계속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내가 하는 말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점점 머릿 속이 허여진다. 결국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던 진땀나는 하루였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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