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문선희 ㅣ 노신(魯迅)과 호적(胡適)

2011-06-14 (화) 12:00:00
크게 작게
노신과 호적은 중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사상가들이다. 그런데 동시대에 살았던 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노선을 걸었고, 후대에 와서는 “체제 외”와 “체재 내”, “급진”과 “온건”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어왔다. 학부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나름 용기를 내어 그 급진성으로 인해 추앙받던 노신보다는 온건은 곧 비겁이라는 논리 하에서 비판받았던 호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시 진보적이셨던 지도 교수님께서는 잔뜩 긴장한 채 말을 꺼내는 나에게 하나의 사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토론이 있어야 하며, 논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당하면서 이것이 참이면, 저것은 바로 거짓이라는 논리 속에서 헤매이던 나는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것을 찾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치 무겁게 짖누르던 사슬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의 깨달음은 실생활에서는 전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한 자락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언제가부터 나와 다른 의견이나 행동에 대해 때로는 분개하면서, 또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그 다른 점을 내가 용납할 수 있게끔 고쳐놓고 싶어 견딜 수 없어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는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교만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이 아니었다.

현실은 원칙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다양성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또한 유한하기 때문이다.

여러 나와 다른 생각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최선의 것을 찾아가는 단계를 거쳐야만 인간은 추구해야하는 바 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수단 중 하나가 토론 혹은 논쟁이라는 것이 노신과 호적이 주는 교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과 악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눈을 갖추고,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두번째 문제일 것이다. 악을 구별해 낸 다음 그것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파헤쳐서 그에 맞서는 지금의 우리를 점검하고 가다듬는다면 그것 또한 다양성을 우리에게 유익한 것으로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번역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