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크리스토퍼 플러머·왼쪽)과 올리버(이완 맥그레고)가 다정히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 (5개 만점)
사람과의 진지한 관계 성찰한 드라마
나이 70이 넘어 자신이 게이임을 밝힌 아버지의 뒤늦은 변신과 이런 아버지를 당황해 하면서도 사랑하는 30대 중반의 아들과의 관계를 그린 통찰력 있고 사적인 드라마로 감독 마이크 밀스(각본 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보통의 구조방식을 무시하고 내레이션과 슬라이드와 그림과 자막 등을 사용해 얘기를 서술한 약간 괴팍한 작품인데 부자간의 관계와 함께 역시 뒤늦게 여자와의 참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모색하는 아들의 얘기가 멜랑콜리하고 아름답게 묘사됐다.
차분하면서도 특이한 영화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할 작품이라기보다 아트하우스용이다. 그러나 상냥하고 진실하며 또 다정하고 성찰하는 작품이어서 권할 만하다. 약간 기운이 빠진 듯한 나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아들의 타고난 우울증 탓인데 마치 색 바랜 옛 가족앨범을 보는 것처럼 몽환적 분위기를 지닌 영화다.
책임 있는 관계를 맺기를 주저하는 멜랑콜리한 성격의 38세난 올리버(이완 맥그레고-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는 75세된 아버지 핼(크리스토퍼 플러머)이 느닷없이 뒤늦게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면서 처음에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난처해한다.
핼은 지난 세월 동안 누리지 못한 게이로서의 삶과 기쁨을 마음껏 향유하기 위해 게이파티와 행사에 참여하고 아들 또래의 헝크 앤디(고란 비스닉)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그런데 핼은 폐암진단을 받고 삶이 5년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게이로서의 인생을 즐기는데 열심이다.
핼이 게이임을 밝히기 전만 해도 올리버는 어머니 조지아(메리 페이지 켈러)와 더 친했고 또 어머니에 의해 자기 삶이 지배를 받다시피 했는데 핼의 게이 선언과 암 선고 이후로 아버지가 올리버의 삶 한 가운데로 파고든다.
인간관계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올리버는 뒤늦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올리버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올리버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어릴 때부터 타고난 염세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핼이 죽은 뒤 올리버는 핼로윈 파티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프랑스 여배우 아나(멜라니 로랑이 아주 곱고 자연스럽다)를 만난다. 재미있고 아름답고 신선하게 그려지는 둘의 첫 만남은 무언극 식으로 묘사되는데 그것은 아나가 후두염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작은 변신을 본 올리버는 아나와의 사랑을 통해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이로써 그의 우울증도 해소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맥그레고의 차분히 가라앉은 연기와 플러머의 생동감 있는 코믹한 연기가 서로 잘 대조를 이루는데 올리버와 아나의 애완견이 자막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