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강영혜 ㅣ 내 손자 RYAN

2011-06-03 (금) 12:00:00
크게 작게
아직도 쌀쌀하게 느껴지는 이른 아침.

이불속의 따스함이 좋아서 계속 뒹굴다 부엌에 가서 커피를 내리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딸 전화번호가 보이는데 사위가 말하고 있었다.

“오머니!”
사위는 중국인이라 발음이 어려울 텐데도 늘 그리 불러주니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딸아이가 아침에 해산을 했다고 한다. 예정일이 아직 남아 있는지라 조금은 놀랐지만 반가움이 더 컸다. 지난밤에 진통이 시작돼 딸애는 병원에 가고 자신은 밤새 운전하여 뉴욕에 왔단다.
(직장관계로 사위와 딸은 보스턴과 뉴욕을 오가는 주말 부부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확인한 후 아기의 이름을 물으니 ‘라이언(Ryan)’이라고 했다.
지난번 베이비 샤워때 참석자들에게 써베이 하더니 그리 지었나보다.
가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그저 딸의 회복과 손자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 소식을 동생과 친구 몇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일요일인지라 교회의 몇 분께도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아는 분이 전화가 와서는 웬 사람 이름을 ‘라이온(lion)’이라고 했냐고 하신다. 몇 사람 건너는 사이 아기 이름이 사자가 되어 있었다. 딸애는 어미사자로.

갑자기 30여 년 전에 영어 배운다고 내가 다니던 시티 칼리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각 나라 별로 음식을 발표하는 수업에서 내 차례가 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하루 세 번 쌀밥을 먹는다."
그랬더니 모두가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왜냐면 그들은 내가 발음한 밥을 ‘rice’가 아닌 ‘lice’ 즉, 기생충으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때 얼마나 당황했던지…….

미국에서 산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R발음은 신경이 쓰이고 어렵기만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렇게 고치려고 노력을 했건만……. 아마도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오며 가며 내내 R발음 연습을 하는 것은 갓 태어난 손자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고 싶어서일 것이다.

(아여모 북가주 지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