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문선희 l 잃어버린 것은 과연 비였을까
2011-05-31 (화) 12:00:00
여느 해와 달리 5월 중순인 요즘에도 며칠 째 비가 오는 바람에 이맘 때쯤이면 잦아 들어가던 아쉬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겨울에 그리고 밤에 비가 오는 이곳 날씨가 나는 좀 서운하다.
어김없이 세찬 비는 지난 밤 사이에 내렸고, 낮 동안은 흐리다가 비가 오락가락했다. 갑자기 마당에 잔뜩 자라난 잡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따뜻했던 날 친구네서 얻어온 분꽃 씨앗을 딸내미가 그곳에 뿌렸었다. 잡초들이 왕창났다는 남편의 말에 아니라고, 꽃씨를 심은 것이라고 뿌듯하게 이야기했었다. 조금 지나면 친구 집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분꽃이 우리 집 마당에도 피어나리라 잔뜩 기대를 하면서. 그런데 요것들이 자라나는 모양이 조금 수상했다.
싹이 났을 때는 잎이 삼각형인 것이 분꽃으로 의심치 않았으나 점점 뻗어나가는 폼이 점점 분꽃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식물은 정체 불명의 잡초임이 드러났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이리 허탈하지는 않았을 것을.
나는 오늘 이 사기의 아이콘, 그 분꽃인 척했던 잡초들을 뽑아 내리라 마음먹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씨는 오히려 잡초 뽑기에 좋을 것이다. 마당으로 나가 덩굴로 자라난 이 식물들을 사정없이 잡아 당겼다. 뽑아 낸 양이 얼추 한 아름쯤 되었을 때 동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 오는데 밖에서 뭐하는 거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고, 비오는 풍경을 좋아하고,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이곳에 와서 그 즐거움을 잃었다. 야속하게도 비는 추운 겨울에 와서 쓸쓸한 마음에 모자라 추위에 덜덜 떨게 만들었고, 게다가 비는 주로 밤에 내리는 바람에 그 풍경을 보기도 힘들었다.
이 아쉬움이 나에게 밉보인 잡초에게 쏟아졌던 것 같다. 옛날 친정 집 마당에서 잡초를 뽑으시던 어머니는 한 깨달음이 있어 잡초 뽑기를 그만 두셨고, 그랬기에 나에게도 잡초에 대한 연민 비슷한 것이 있다. 그러나 오늘 빗 속에서 후드를 뒤집어 쓰고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아대던 내 모습은 좀 엽기적이었을 것이다. 과연 무엇을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을까? 그리고 도대체 분꽃 씨앗은 어디로 간 것일까?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