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해운 ㅣ 나는 가수다

2011-05-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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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나는 가수다” 란 음악프로그램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우리 가족도 열렬한 팬이 되었다.

방송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저런 이유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것을 손꼽아 기다려 온지라, 다시 시작한 날 아침 바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우리는 함께 바싹 엉켜 붙어 꿈쩍 않고 감상하였다. 혼신을 다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 감탄하고, 그들의 다양한 음악에 진한 감동을 느끼며, 좋아하는 가수도, 음악도, 세대도 각각인 우리는 각자의 느낌을 솔직히 이야기 하며 공감대가 형성됨을 느꼈다. 진정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임에 틀림없고 더없이 고마웁기까지 하다.

특히 임재범씨가 부른 “너를 위해”는 가사 한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와 닿길래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여럿 있고 뭔가에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며 나도 가슴이 멍해졌다. 대중가요엔 별 관심이 없는 남편을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 앉게 할 정도로 엄청났다. 최근 들어 새삼 시를 한번 써 보고 싶다며 늙어가는 티를 내곤 하는 남편은 “노래가 곧 시가 되고, 시가 바로 노래가 되는구나. 저 노래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어도 우리에게 이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같은 말도 어 아가 다른데…” 들뜬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자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가 요즘 들어 에스트로젠이 갑자기 느는 것 같다고 놀려대는 딸의 말도 아랑곳 않고, “저 가수가 작곡도 하고 분명 작사도 직접 했으리라, 그야말로 자신의 사랑을 인생을 노래하는 것 이리라, 그러니 이토록 간절함이 전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듣고 또 듣는다.


해가 거듭되는 이민생활에서 느끼는 고충이랄까? 이곳에서 한국적 정서는 잘 모르고 자란 아이들과 점점 벌어지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로 힘들 때, 다행스럽게도 음악이 소통의 창구가 되곤 해왔던 터라 ‘나는 가수다’ 란 방송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요즘 우리 가족의 소박한 바램이라고나 할까? 후회 없도록 혼신을 다하는 환상적인 그들의 공연을 함께 즐기는 동안 서로 속내를 터놓으며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게 하는 이 멋진 프로그램이 매주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

(의료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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