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모두 잊었다. 나는 미래만 보고있다. -에디슨-”
회사 친구 디나는 일본인 4세다. 유달리 흰피부에 가지런한 하얀 치아, 선명한 빨간 립스틱으로 화려해 보인다. 언제나 활짝 미소짓는 그녀에겐 어떤 그늘도 없었다. 일본 특유의 깍듯한 예의를 지키며 바르게 자란 그녀는 한창 꿈 많던 UC 버클리 1학년 재학시절, 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공부했던, 유학온 한인 남학생에게 어느날 밤 겁탈을 당했다. 그녀는 분명히 “No” 와 “Help”를 끊임없이 소리쳤다고 울면서 내게 말했다. 그 남학생은 눈물이 범벅된 그녀에게 한치도 미안한 표정없이, 밤늦게 그와 공부한 그녀의 잘못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버클리에 유학왔었던 그 한인 남학생에게 분노를 느끼며, 한인으로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디나는 졸업후 컴퓨터 회사에 취직했고, 결혼해, 귀여운 아들, 마크를 낳았다. 그런데, 결혼후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화를 내는 횟수가 늘면서, 점차 걷잡을 수 없이 폭력적으로 변했다. 수년간 폭력이 이어지면서 그녀는 그의 무서운 살기를 감당할수 없어 헤어졌고, 한동안 어두웠던 그녀가, 아들 마크와 둘이 살게 되면서 아픈 과거를 잊고 다시 이전처럼 화사해졌다.
어느날, 디나, 쥴리아나, 에이미 그리고 나, 넷이 소노마의 한 스파에 가기로 했는데, 쥴리아나가 동료 제임스와 함께왔다. 제임스는 같은 빌딩에 근무해서 몇번 스친적이 있는, 키크고, 준수한 백인 총각이고, 실력있는 중역이었다. 다섯명이 스파에서 쉬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디나와 제임스 둘은 강한 호감을 갖게 되었고, 몇개월 지나지 않아 결혼식 초청장을 나눠주었다. 초청장에는 디나와 제임스가 디나의 아들인 마크를 안고 셋이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하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그녀가 참 아름다왔다. 피로연장에서 제임스의 부모가 마크를 오래도록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볼에 뽀뽀 해줄때, 마크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인상깊었다. 디나의 아들과 동명 친구 마크와 부인 수잔이 잘 지내는지 전화 한번 해 봐야겠다.
(KEMS TV 뉴스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