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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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 인디언 슬픈 역사 깃든 대협곡

2011-03-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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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평식의 여행이야기

▶ 모뉴먼트 밸리

‘나바호 부족의 신성한 땅’ ‘황량함과 낭만이 교차하는 서부영화의 고향’ 등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모뉴먼트 밸리’는 그 수식어 그대로 수많은 서부영화의 산실이었고 현존하는 최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나바호(Navajo) 족의 신성한 삶의 터전이다.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찾아 볼 수 없는 척박한 곳이지만 서부영화의 향수와 나바호족의 슬픈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모뉴먼트 밸리를 만나보자.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뉴멘트 밸리는 척박한 땅에서 살다가 백인들에게 터전을 잃은 나바호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끝없는 붉은 황야에 거대한 바위기둥 장관
황량함 속 낭만… 서부영화 촬영지로 유명


▶모뉴먼트 밸리
모뉴먼트 밸리는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친 1,600만 에이커의 광대한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다. 정식명칭은 ‘모뉴먼트 밸리 나바호 부족공원’(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이다.

현재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내에는 5개의 부족공원이 있다. 정부는 이 지역에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나바호 족 자치정부가 소유권을 가지고 운영한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 족 자치정부에 의해 1958년 7월 부족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 관광객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낮은 지대의 분지구조였던 이 지역은 지난 몇 억년 동안 로키산맥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지층을 이루고 지각이 융기되면서 콜로라도 대고원지대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고원지대는 다시 바람과 눈과 비 등에 의해 갈라지고 거죽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현재의 풍경이 이뤄진 것이다.

대자연의 숨결이 빚어낸 모뉴먼트 밸리는 황량함뿐만 아니라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야와 5~6층 건물 높이만큼 우뚝 솟은 바위기둥의 형상은 황량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대한 성채 같은 바위기둥도 있고 금세 쓰러질 듯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야가 노을로 물들어갈 때 바위기둥들은 석양을 받아 황금기둥이 되고 하늘과 땅은 기묘한 붉음으로 색을 갈아 입는다. 황량한 대협곡에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는 방문객의 넋을 빼앗는 낭만이 깃들어 있다. 붉은 대지, 하늘을 찌를 듯 비틀어진 채 서있는 바위기둥과 언덕 그리고 지평선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기이한 경치는 황량함을 낭만으로 승화시킬 만큼 큰 감동을 선사한다.

▶나바호족(Navajo)의 슬픈 역사
현존하는 북미 최대 원주민 부족이며, 약 18만여명이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다. 보호구역 크기는 웨스트버지니아 만하고 그들은 보호구역을 나바호 국가라 부르고 자신들의 언어로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도 가지고 있다. 나바호족은 환경에 순응해 백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들만의 규율과 생활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모뉴먼트 밸리 남쪽에 위치한 카엔타(Kayenta)는 보호구역 내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인디언 마을인데, 모뉴먼트 밸리 내에는 주유소가 없으니 이곳을 꼭 들르자.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나바호족

1860년대 아메리카 합중국에 의해 자행된 원주민 섬멸작전은 나바호 족의 슬픈 역사의 시작이다. 당시 벌어진 크고 작은 전투에서 섬멸되고 1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포로들은 뉴멕시코주의 합중국 포로수용소로 장장 350마일을 끌려갔다. 아메리카 합중국의 대표였던 셔먼 장군은 이들과 협상에서 3곳의 선택권을 주었다. 동부의 비옥한 초지와 포로수용소 인근의 목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안한 곳이 바로 모뉴먼트 밸리였다고 한다. 나바호족은 선조의 얼이 살아 숨쉬는 모뉴먼트 밸리를 택했고 나바호 족 자치정부가 들어서게 된 계기이다.
보호구역에는 관광객들이 꼭 지켜야 하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그들의 모습이나 생활상을 사전 허가 없이 촬영해서는 안 되며 주류를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 또한 지정된 도로로만 이동해야 한다. 사진촬영은 적당한 비용만 지불하면 가능하다.

▶서부영화의 향수
모뉴먼트 밸리가 선사하는 놀라운 시각적 경험은 생각의 흐름을 멈출 만큼 강력하지만 낯설음보다는 친숙함을 준다. 이는 수많은 영화, TV 광고, 달력, 엽서 등에서 접한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은 수많은 서부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네 차례나 수상한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 감독은 모뉴먼트 밸리에서 불후의 명작 ‘역마차’‘황야의 결투’등 을 만들어냈다. 존 포드 감독이 즐겨 촬영했던 장소는 지금도 ‘존 포드 포인트’라 불리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드넓은 대지에 널려 있는 바위기둥은 ‘뷰트’와 ‘메사’로 불린다. 단단한 바위가 약한 바위 위에 투구처럼 얹혀 있고 약한 바위가 더 많이 침식되면서 절묘한 형상을 이루는데 이것을 ‘메사’라 부른다. ‘메사’가 조금씩 무너져내려 작아지면 ‘뷰트’가 된다. 석양에 물든 ‘뷰트’와 ‘메사’그리고 말을 타고 질주하는 고독한 총잡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서부영화 포스터에 즐겨 등장하는 장면이다.

모뉴먼트 밸리는 백인 이주자들에게 서부 개척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부영화의 고향이다.

▶모뉴먼트 밸리의 뷰 포인트(View Point)
모뉴먼트 밸리 관광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이동하며 뷰 포인트를 방문해 ‘뷰트’와 ‘메사’를 감상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 지역은 크게 방문자 센터 일대, 굴딩(Goulding) 지역, 밸리 드라이브 지역으로 코스를 나눌 수 있다.
아주관광 대표전화 (213)388-4000


제대로 즐기려면

▷방문자 센터 일대
모뉴먼트 밸리를 한 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방문객 센터를 방문하자. 방문자 센터는 163번 도로를 타고 모뉴먼트 밸리 일대에 들어서면 진입로 끝에 호텔이 있다. 이 호텔 건물 왼쪽 계단을 오르면 방문자 센터가 있다. 건물 뒤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모뉴먼트 밸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으니 숨 막히는 전경을 여유 있게 감상하자.

이 지역은 모뉴먼트 밸리에서 가장 거대하고 상징성이 강한 ‘메사’와 ‘뷰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163번 도로의 왼쪽에 위치한 ‘이글 메사’, 오른쪽에 위치한 ‘새들백 앤 캐슬 뷰트’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메사와 뷰트이고, 가장 높은 뷰트인 ‘브리검 툼’도 이 일대에 있다.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미쉘 뷰트’,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산책로인 ‘와일드캣 트레일’ 등도 이 곳에 모여 있다.

▷밸리 드라이브 지역
모뉴먼트 밸리의 진수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지프를 타고 이동 하는 것이 좋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안쪽을 돌아볼 수 있는 ‘밸리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지프를 빌려 직접 운전할 수 있고 나바호족이 안내하는 지프 가이드 투어를 이용해도 된다. 총 길이가 17마일에 이르는 이 코스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지역과 가이드 투어로만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 나뉘어 있다.

‘웨스트 미튼 뷰트, 메릭 뷰트, 이스트 미튼 뷰트’로 이뤄진 3개의 바위산이 대표적인 풍경이며, 코끼리 형상의 ‘엘리펀트 뷰트’, 역마차 등의 촬영지인 ‘존 포드 포인트’, 원주민 유적을 볼 수 있는 ‘더 허브’, 오렌지색 모래언덕과 시냇물이 있는 ‘토템폴 앤 샌드스프링’, 모뉴먼트 밸리의 광활한 평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티스츠 포인트’, 엄지 발가락 모양의 ‘더 떰’, 가장 인기 있는 뷰포인트인 ‘노스 윈도’ 등을 만날 수 있다.

▷굴딩 지역
굴딩 지역은 나바호족의 소규모 정착촌으로 숙박, 식당 등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유타주에 속하며, 북서쪽으로 오르면 파웰 호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방문객들이 거쳐가는 지역이다.

굴딩을 지나 북서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도로 남쪽으로 거대한 ‘올지토 메사’, 북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사막평원에 홀로 서있는 ‘트레인 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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