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올해 초 ‘제국의 미래(Day of Empire)’의 저자이자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에이미 추아(Amy Chua) 교수가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전승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가 미국사회를 논란에 빠뜨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엄격한 스파르타식 교육법을 소개한 이 책은 출판 당일 아마존 판매 순위 6위에 오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 월스트릿저널에 기고한 ‘왜 중국인 엄마들이 우월한가(Why Chinese Mothers are Superior?)’란 제목의 글은 논쟁을 더욱 부추겼고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찬반 논쟁이 가열됐었다.
논란의 원인은 추아 교수가 자신의 딸인 소피아(18세)와 루루(15세)를 키우는 강압된 양육방식이 일반 서양 엄마들의 양육방식보다 우월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추아 교수는 자신이 성공적인 양육을 했다고 자부하면서 중국계 아이들의 뛰어난 성공과 실력은 중국 엄마들의 엄격하고 스파르타적인 교육방식에 그 해답이 있다고 단언했다.
추아 교수는 두 딸에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기, 아이들끼리 함께 놀이할 수 있게 하기, 학예회 연극 참여, 학예회 연극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불평하기, TV 시청과 인터넷, 스스로 과외활동 선택하기, A 이외의 성적을 받기, 체육과 드라마 이외의 과목에서 1등을 못하는 것, 피아노와 바이얼린 이외의 악기, 피아노와 바이얼린 연주하지 않기 등을 금지시켰다. 그러면서 일반 미국 아이들과는 다른 혹독한 방식으로 두 딸을 키웠다. 그래서 자신의 두 딸은 학업과 예능 방면에서 매우 뛰어난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는 주장이다.
추아 교수의 책과 언론 기고문은 미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추아 교수의 양육방식을 옹호하는 쪽도 있었지만 대개는 비판하는 쪽이 더 많았다. 특히 일반적인 미국 부모들(추아 교수가 말하는 서양엄마)의 양육방식은 아이들을 존중하며 자신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런데 추아 교수의 양육방식은 미국 부모들과 양육전문가들에게 도전과 자극을 제공하는 한편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추아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실은 이후 생명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기고문에는 7,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있고 추아 교수는 엄청난 양의 e-메일을 받아야 했다.
미디어에서는 온통 자신의 양육방식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돼 소개되기도 했다. 한 비평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라고 악평했고 ‘괴물’로 불리기도 했다.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아시안 자살률이 높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 종종 제기됐었다. 문제가 확대되자 결국 추아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잘못 이해됐다"고 주장했다. 단지 반항하는 두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양육경험을 적은 것이지 전혀 양육가이드북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순전히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 엄마들의 눈에 비춰지는 것처럼 자신의 집안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람들에
게 ‘이렇게 하세요’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했으니 교훈이 있다면 얻으라’는 것이 책의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추아 교수의 ‘호랑이 엄마 양육’ 논쟁을 접하면서 ‘과연 어떤 것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는 것일까’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추아 교수의 주장처럼 아이들을 학업과 예능 등 모든 방면에서 최고로 만드는 것이 양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까? 어린 아이들을 놀지도 못하게 하고 학교 연극에도 참여시키지 않는 대가로 학업과 예능에서 좋은 성과를 얻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최선이라 말할 수 있을까? 추아 교수를 인터뷰했던 ABC 방송의 한인 앵커 주주 장은 "자신도 호랑이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아서 오늘날 이 자리에 있게 됐지만 자신은 그것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이들은 그렇게 키우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고백을 들은 추아 교수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책의 뒷장을 읽다 보면 ‘호랑이 엄마’가 아니라 울고 있는 ‘작은 토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그간 금지했던 것을 조금씩 허용하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잘 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추아 교수는 자신의 호랑이 엄마 양육법이 최선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아이들에게는 엄격한 훈육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양육은 사랑, 수용, 인내, 자율성, 지지와 같은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 아이들의 기질과 재능을 파악해서 어떤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하도록 돕고, 가끔은 기다려 주고, 넘어질 때 안아주고 격려하며, 마음에 안정감과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양육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