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강정은 | 딸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2011-02-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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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집에 전화가 왔다. 한국 사람이다. 금새 알 수 있었던 것이 우리 딸이 전화를 받았는데 한국말로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다. 보통 그럴때는 대부분이 어른이다 보니 뜨거운 감자 건네주듯 내게 얼른 건네주고 가버리는 딸이 오늘은 왠지 시간이 좀 걸린다.

누굴까 하며 궁금하던 차에 딸이 와서는 받아보면 안다는 표정으로 피식대며 전화를 전해 주고 간다. 전화를 받아보니 아는 분이 박장대소와 함께 ‘어쩜 둘이 목소리가 그렇게 똑같애?’라며 난 줄 알고 우리 딸과 한참을 대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가끔 딸과 나의 목소리를 구별을 잘 못하며 혀를 차는 남편을 보고서야 그런가 보다 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오래된 소꿉 친구가 놀러 왔었다. 그 친구가 우리 집 딸의 뒷모습을 보고는 나의 어릴 적 뒷태와 똑같다며 신기하다는 듯 웃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저렇게 생겼었나 하는 생각에 유심히 딸의 뒷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평소에는 깨닫지 못했었다. 워낙 얼굴이 시탁을 해서 그런지 나와 비슷한 곳을 별로 인식을 못하고 지내온 것 같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내게 누구를 닮았냐고 물어보면 항상 아빠 닮았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대부분이 수긍을 했기 때문에… 그런데 얼마 전 직장에서 전화통화를 하는데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엄마의 목소리를 내 목소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는 옷장을 여는데 옛날에 엄마의 옷장을 열었을 때 보았던 색깔과 스타일의 옷들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턴가 유행 타는 옷보다는 편안한 옷에 호감이 가기 시작 할 때였다. 그런 편안한 옷차림을 한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또 옛날의 엄마를 봤다. ‘옛날의 엄마 스타일 촌스러웠는데..’하면서도 내가 그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금새 한풀 꺾인다. 지금 내 딸이 나를 보며 전에 나와 같이 생각 할 지도 모르겠다.

이젠 내가 골라주는 옷은 더 이상 안 입으려 하니 거의 그렇다고 봐야지… 그런데 어느 날 딸과 함께 샤핑몰에 갔을 때였다. 요즘 유행하는 체크무늬 남방이 눈에 띄었다. 한번도 시도 해보지 않은 그 남방을 조심스럽게 입어보는 딸을 보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옛날에 남방을 즐겨 입던 엄마처럼 그 남방이 너무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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